기업들이 아무 걱정 없이 생산활동을 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무다. 석유화학산업은 공업용수를 많이 사용한다. 공업용수의 안정적인 수급은 기업경쟁력에 큰 영향을 끼친다. 현재 울산미포국가산업단지에 입주한 대다수 기업들은 낙동강 원수를 공급받아 자체적으로 추가 수처리시설을 통해 재처리한 후 공정수 혹은 냉각수 등 공업용수로 사용하고 있다. 울산석유화학단지는 대부분 대암댐과 낙동강 물에 의존하고 있다. 물이 부족하면 당장 공장을 가동할 수 없게 된다.
최근 몇 년간 겨울철의 낙동강 원수 수질이 기후변화에 따른 극심한 가뭄으로 크게 악화됐다. 양질의 공업용수를 사용하기 위해 원수에 포함된 불순물을 처리하려면 그만큼 시간이 더 걸린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2017년 말부터 2018년 초 겨울에는 양질의 공업용수 수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공장 가동률을 낮춰야 할 위기까지 맞았다. 각 기업에서 개별적으로 물공장을 증설하기에는 부지 확보가 어렵고, 소규모 물공장을 운영하려해도 초기 투자비용과 원가상승 문제 등으로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
이에 울산석유화학산업 발전로드맵(RUPI) 사업단에서는 지난 2013년부터 울산 맞춤형 공업용수 통합공급시설(이하 통합 물공장) 구축 방안을 꾸준히 제시해왔다. 이후 상황이 바뀌어 낙동강 물을 끌어다 쓰는 대신 하수를 재이용해 공업용수로 활용하는 방안 추진에 나섰다.
공업용수로 낙동강 원수 대신 하수처리장 방류수를 사용하면 원수 가격이 기존 보다 톤당 233원이 절감되고 물이용부담금이 톤당 170원이 절감되는 효과가 있다. 또 기후에 관계없이 안정적인 용수 공급이 가능하고 양질의 수질 확보도 쉽다. 하수 재이용 시에는 하수도 요금 감면 효과와 울산시 조례에 따라 상징적인 방류수 사용료 부과에 따른 시 재정에도 기여하는 부수적인 효과도 누릴 수 있다. 시도 방류수를 이용한 공업용수 사업을 계속 추진함으로써 부족한 공업용수를 해결해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통합 물공장은 특수목적법인(SPC)이 나서 부곡·용연지구에 약 1,800억원을 들여 오는 2022년 3월경부터 공업용수 공급에 나설 예정이다. 하루 공업용수 공급량은 1단계 9만톤 등 총 13만톤에 달한다. 이 용수는 SKGC, SKC, 한주, 한국스티롤루션, 한화케미칼 등에 공급될 예정이다. 울산시도 통합 물공장 사업의 필요성을 공감하고 있다.
이동구 RUPI사업단장은 “공업용수 부족분을 메우기 위해 개별적으로 물공장을 증설하려면 부지 확보 등 어려움이 한둘이 아니므로 방류수를 이용한 울산 맞춤형 통합 물공장을 구축하게 되면 개별 기업이 시설운영과 수처리시설에 필요한 중복 투자비용 부담을 줄임과 동시에 양질의 공업용수를 저렴한 비용으로 공급받을 수 있다”면서 “하루속히 울산국가산단의 공업용수 부족 문제점을 말끔히 해결해 국가경쟁력을 강화하고 새로운 기업유치를 통한 일자리 창출도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울산=장지승기자 jjs@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