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금융안정 태스크포스(TF)팀이 1998년 이후 22년 만에 무기명 채권 허용을 검토하고 나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기업들의 유동성 위기 가능성이 높아질 경우를 대비해 시중의 유동자금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안으로 무기명 채권카드 도입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다만 무기명 채권의 경우 채권을 매입한 실제 매입자의 이름이 적혀있지 않아 자산가들의 증여와 상속의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는 가운데 민주당의 양극화 해소 입장과 배치되는 것이어서 당내 진통이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TF는 또 한은법 개정을 통해 상환불이행 가능성이 있는 회사채 등을 매입할 수 있도록 한은의 매입 가능 대상에 이를 포함시키는 안도 검토에 들어갔다.
31일 민주당의 금융안정태스크포스(TF)팀의 최운열 단장과 손금주 의원 등은 최근 최근 원내대표단 회의에서 한시적인 무기명 채권 발행을 제안했다. 손금주 의원은 “과거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정부가 내놓은 금융대책중 무기명 채권을 도입하는 방안도 최근 제시했다”면서 “아울러 한은법 개정을 통해 한은이 회사채도 적극적으로 매입할 수 있는 방안도 함께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과거 정부는 1998년에 5년 만기의 무기명 채권을 연 6%의 이자율에 3조8,744억원 규모로 발행한 바 있다. 최운열 TF팀장 역시 “금리를 제로(0)나 마이너스로 발행할 경우 정부의 채무부담에 대한 우려도 씻을 수 있다”면서 “적극 검토하고 있는 사항”이라고 말했다.
다만 현재는 당론으로 정해지지 않은 상태여서 발행 주체 등에 대한 논의는 아직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무기명 채권의 경우 국가나 공공기관 등이 발행할 수 있으며 민주당이 당론으로 확정할 경우 일정 기간 동안만 판매하는 대신 조성자금은 회사채 매입과 중소기업 등에 대한 지원 자금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손금주 의원은 “코로나19 사태가 어느 정도까지 확산될 지 예단할 수 없는 상황에서 상황이 더 악화될 경우 무기명채권 발행과 한은법 개정이 본격적으로 논의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 “현재는 상황이 최악으로 치달을 경우를 대비해 TF내에서 브레인스토밍 차원에서 의견 개진이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의 이 같은 논의는 미래통합당이 최근 제안한 코로나 국민채권 발행과 맥락을 같이 해 실현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관측된다. 통합당은 일반 국민이 금융회사에서 살 수 있도록 액면가 100만원짜리 채권을 총 40조원 규모로 발행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그러나 문제는 민주당이 무기명 채권을 도입할 경우 자산가들 사이에서 최고 50%에 달하는 증여세를 회피할 수 있는 합법적인 통로가 마련되는 만큼 ‘부의 대물림 현상’이 지속될 수 있어 당론으로 확정될 때까지 상당한 진통이 뒤따를 것이라는 지적이다./김상용기자 kim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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