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사상 초유의 온라인 개학을 불과 이틀 앞두고 원격수업 출결·평가·기록 가이드라인(지침)을 내놔 교사들이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개학이 코앞으로 다가올 때까지도 세부 지침을 전달받지 못한 상황에서 원격수업 주체인 교사들이 언론을 통해 가이드라인 내용을 확인해야 하느냐는 것이다. 원격수업 프로그램 접속 오류가 이틀 내내 계속되면서 초유의 온라인 개학을 둘러싼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교육부는 7일 교육부 훈령 ‘학교생활기록 작성 및 관리지침’을 개정하고 원격수업 출결·평가·기록 가이드라인을 일선 교육청에 배포한다고 밝혔다. 가이드라인은 교육지원청을 거쳐 이르면 8일에서야 각 학교에 전달된다. 초중고 가운데 가장 빨리 개학(9일)하는 고3과 중3 담당교사들은 개학 하루 전에서야 가이드라인을 받아본다는 뜻이다.
이번에 나온 가이드라인은 지난달 27일 공개된 원격수업 운영 기준안 가운데 출결·평가·기록 내용을 상세화한 것이다. 당시 교육부는 원격수업으로 학습한 내용에 대한 평가는 출석 수업이 재개된 후 실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면서도 실시간 관찰이 가능한 쌍방향 수업에 한해 수업 중 평가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콘텐츠 활용형, 과제 수행형 등 단방향 수업에 대한 평가는 어떻게 해야 되는지 안내되지 않아 교사들이 혼란을 겪었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교육부는 콘텐츠 활용형과 과제 수행형 수업의 경우 당장은 수행평가·학생부에 반영되지 않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이 나아져 등교 수업을 병행할 때 교사가 원격수업에서 냈던 과제를 활용해 수업 이해도를 평가할 수 있도록 안내했다. 원격수업 출결은 등교 수업처럼 각 교과 담당교사가 수업 당일 기준으로 확인해 출석부에 기록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수업일로부터 7일 이내에만 확인되면 교과 교사가 출결 처리할 수 있다.
교사들은 개학을 코앞에 두고 학교 공문이 아닌 언론을 통해서야 원격수업 지침을 알 수 있는 것이냐며 교육부를 비난하고 있다. 서울 소재 고등학교의 조모 교사는 “학교에 미리 알릴 수도 있었을 텐데 아쉽다”고 지적했다.
교육부는 기본 절차들이 있어 학교에 더 빨리 지침을 내리는 것은 불가능했다고 항변하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지난 3월27일에 원격수업 언급이 처음 나온 뒤로 훈령 개정을 위해서는 행정예고·의견수렴 절차가 필요했다”면서 “가이드라인이 열흘 만에 마련된 것도 전례를 찾기 힘들 만큼 신속히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개학 연기로 오는 4월 말이나 5월 초 중간고사가 치러진다면 평가는 4월 초중순에 이뤄진다”며 가이드라인이 늦게 배포되더라도 평가에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학교 현장에서는 교육부가 코로나19 사태에도 개학 연기로만 대응하다가 온라인 개학을 일방적으로 결정하면서 혼란이 증폭됐다고 지적하고 있다. 지난주 원격수업 시범학교로 지정된 서울 휘봉고의 김찬기 교감은 “공문이 내려오고 닷새 만에 원격수업을 준비해야 했다”면서 많은 학교들이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전날에 이어 이날까지도 교사 및 학생들이 원격수업에 활용되는 플랫폼 접속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온라인 수업이 정상적으로 이뤄질 수 있는지 의구심도 증폭되고 있다. ‘EBS 온라인클래스’를 운영하는 EBS는 이날 “5일 21시부터 6일 19시 가입 회원 중 동기화 문제로 일부 로그인 오류가 발생했다”면서 “금일 14시까지 시정 조치하겠다”고 공지했다.
/김창영기자 k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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