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 눈으로 ‘일본의 양심’을 묻다
■인간의 보루(야마카와 슈헤이 지음, 소명출판 펴냄)=일본 제품 불매운동 등 한일관계 악화를 촉발시킨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한 강제징용 피해자 손해배상 소송. 지난 2018년 대법원이 원고 측 손을 들어주는 판결을 내놨지만 일본 정부는 오히려 무역보복으로 한일관계를 악화를 불러왔다. 책은 ‘나고야 지원회’ 회원으로 활동 중인 일본인 작가 야마카와 슈헤이의 자전적 에세이다. 그는 우연히 찾은 한국에서 근로정신대 희생자 유족을 만나면서 일본 내 근로정신대 피해자 소송 지원을 위한 활동을 시작했다. 일본 정부와 전범 기업의 파행적 구조를 파헤치고, 피해자들이 일본의 사죄와 배상을 받기 위한 해결방안도 제시한다. 1만7,000원.
‘풀꽃’ 시인 나태주의 첫 동시집
■엄마가 봄이었어요(나태주 지음, 문학세계사 펴냄)=둥글다/붉다/안아주고 싶다/우리 엄마(시 ‘사과’). 등단 50년을 맞은 ‘풀꽃’ 시인 나태주가 첫 창작 동시집을 내놨다. 시집에 수록된 시는 대부분 시인이 차를 마시며, 산책을 하며, 매 순간마다 떠오르는 시상들을 휴대폰에 메모한 것들이다. 동시는 주로 어린이 독자를 대상으로 쓰이지만 이 책은 어린이, 어른이, 어른 모든 독자를 상대로 썼다. 시인은 어른들도 한때는 어린이였고, 어린이의 마음을 계속해서 가져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그래야 세상이 아름다워지고 평화로워지고 행복해진다고. 1만2,000원.
지속가능 녹색도시 만들려면
■필 환경도시(클레멘스 아르바이 지음, 율리시즈 펴냄)=자연은 스트레스와 심혈관질환, 우울증 같은 현대인병에 가장 좋은 치료제지만 도시에서는 이런 치유력을 경험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현대인들은 어떻게 주변에서 자연의 치유력을 경험할 수 있을까? 세계적 생물학자가 쓴 이 책은 자연에 가깝게 설계된 도시가 개인과 사회의 행복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한다. 그러면서 도시와 바이오필리아를 하나로 묶은 지속 가능한 세계를 대안으로 제시한다. 바이오필리아란 인간 유전자에 생명사랑의 본능이 새겨져 있다는 개념이다. 나이가 들면 도시를 떠나 자연을 찾아 떠날 것이 아니라 지금 우리가 사는 터전을 녹색도시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한다. 1만7,000원.
맥락을 통한 사유의 자유로움
■타인의 자유(김인환 지음, 난다 펴냄)=‘독일의 사회주의자이자 여성 혁명가인 ‘로자 룩셈부르크’의 말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들을 위한 자유”가 좋아 제목으로 지었다.’ 문학평론가 김인환 고려대 명예교수가 산문집을 펴냈다. 총 11장으로 구성된 책은 각 장마다 독서, 동학, 성찰, 중세철학, 팝 같은 커다란 주제를 다루고 있다. 공통점이라고는 전혀 찾을 수 없을 것 같은 주제를 놓고 ‘맥락’을 읽으라고 강조한다. 맥락을 완성해 고정된 한계 안에 가두겠다는 욕심을 버리고 겸손을 취할 때 독서는 창조적 놀이터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문학이라는 본업에서 뻗어나간 저자의 여타 학문에 대한 관심과 열정이 돋보인다. 1만4,000원.
정치소비자 운동이 세상을 바꾼다
■쇼핑은 투표보다 중요하다(강준만 지음, 인물과사상 펴냄)=그동안 소비는 이념적 수단이 아닌 자신의 이익만을 좇는 행위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념적·정치적·윤리적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소비가 점차 늘고 있다. 이를 정치와 연결한 것이 바로 ‘정치적 소비자 운동’이다. 책은 정치와 무관한 것으로 간주 되어온 쇼핑행위가 정치적 행동주의의 유력한 수단이라고 강조한다. 투표가 요식행위로 전락한 상황에서 정치적 소비자 운동이 세상을 바꾸는데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논리다. 시민을 내세워 진보 행세를 하지만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진보주의자들에 대한 거침없는 비판도 쏟아낸다.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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