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총선을 앞둔 서울 지역 후보의 85%가 대규모 예산이 필요한 철도 개발 공약을 내건 것으로 확인됐다. 후보들이 새로 짓겠다고 밝힌 지하철역(경전철, GTX 정차역 포함)만 32개에다 신규 노선도 6개나 된다. 지하철역 건설에만 최소 3조원 이상의 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지만 구체적인 재원마련 방안을 제시한 후보는 거의 없다. 전문가들은 “선거를 앞둔 포퓰리즘 공약 경쟁이 되풀이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관련기사 3면
12일 서울경제가 4·15총선에 나선 서울 지역 전체 49곳 지역구 후보들의 공약을 검증한 결과 유력 정당인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 후보, 무소속 현역의원 후보(김성식, 이정현) 100명 중 철도 개발 관련 공약을 내건 후보는 85명에 달했다. 이들은 주로 지하철역을 신설하겠다거나 아예 새로운 노선을 놓아주겠다는 약속을 내걸었다. 기존에 추진 중인 지하철 노선을 연장해 지역구를 지나도록 해주겠다거나 지상구간을 지하로 옮겨주겠다는 공약도 많았다.
진행이 지지부진한 철도 개발 사업을 ‘당선만 되면’ 조기 착공하도록 하겠다는 약속이 총선 때마다 되풀이되고 있다. 지하철 관련 공약은 지역 유권자의 주목도가 높다 보니 한 후보가 공약하면 상대 후보도 그대로 베껴 내놓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그러나 대부분은 재원조달 계획이 빠진 ‘아니면 말고’식 공약이라 지켜질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다. 역 하나를 새로 짓는 데 800억~1,000억원가량 든다는 점을 감안하면 각 후보가 내건 신설역 32개를 정말로 다 지을 경우 최소 3조원 이상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조 단위에 가까운 예산이 필요한 신규 노선까지 감안하면 재정부담은 눈덩이처럼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공약을 내건 후보 중 누구도 구체적인 재원마련 방안을 공약집에 공개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껏해야 당선 이후 정부·지방자치단체와 협의해보겠다는 수준이다.
설상가상으로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는 지역 이기주의를 앞세운 공약 남발로 누더기가 될 지경이다. 서울을 비롯해 수도권 지역 후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GTX 노선을 지역구에 지나게 하겠다거나 역을 하나 더 만들어주겠다는 약속을 내걸었다. 심지어 인접 지역구 같은 당 후보의 공약이 상충하는 일까지 빚어지지만 이를 조율해야 할 각 중앙당은 뒷짐만 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부분의 공약이 현실성 낮은 ‘인기 끌기’용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서경 펠로(자문단)인 신율 명지대 교수는 “무작정 덩치가 큰 공약만 내놓고 수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유권자들이 관심을 갖고 이행 여부를 따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진동영·박형윤기자 j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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