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별보좌관과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이 특별 대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북한과 보건 협력부터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이들은 지난 15일 총선이 집권 여당의 압승으로 끝난 만큼 정부가 반대 여론에 너무 연연치 말고 남북 교류에 기존보다 더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또 북한과 미국 역시 비핵화 협상 전략을 바꿔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답방하고 문재인 대통령이 코로나19 방역과 총선에서 성공한 경험을 바탕으로 미국인을 설득시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주장이었다.
문 특보와 이 전 장관, 정 수석부의장은 20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재가동,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전문가 특별대담에서 한국 정부가 북한과 보건 협력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전 장관은 “북한의 최우선 과제가 보건의료쪽으로 돌아섰다”며 “의료보건 협력에서 뭔가 획기적인 아이디어로 협의하면 (남북관계가) 뚫릴 게 있다”고 강조했다. 문 특보 역시 “정부하고 민간이 협력하면 평양종합병원 하나 정도는 얼마든지 우리가 도와줄 수 있다”며 “종합병원 (지원) 같은 건 남측에서도 반대할 사람이 별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가 유지되고 있는 만큼 총선 압승 결과를 바탕으로 반대 여론을 강하게 돌파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이 전 장관은 “우리가 지난 역사에서 미국과 협의해서 뭘 받아내서 된 적이 없다”며 “정부가 국민들이 총선에서 180석 만들어 준 걸 (바탕으로) 잘 안 되는 건 과감하게 뚫고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여론을 추스르려고 하면 안 되고 반발이 있어도 끌고 나가려는 힘을 보여줘야 한다”며 “담대하게 평양종합병원 짓는데 들어갈 의료기기·의약품 전부 우리가 다 지원해주겠다고 하고 남북협력기금 1조2,000억원 등 몇억 달러라도 써서 큰 그림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수석부의장은 “미국 대선이 끝날 때까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미 협상을 시작할 수 없을 것”이라며 “그렇다고 우리가 미국이 움직일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릴 수도 없으니 6·15 남북공동선언이 20주년을 맞는 6월15일 전까지는 (보건협력으로 시작해) 남북 정상회담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남남갈등은 문민정부에서 처음 나온 용어인데 갈등을 민주사회에서 제로로 만들 수 없다”며 “의회를 장악했을 수록 통일부 장관이 (국민들에게) 성실히 설명해야지 대북정책을 갈등이 일어날지 모르니까 시간을 두고 기다려 보겠다는 식으로 할 필요는 없다”고 지적했다.
문 특보는 이에 대해 “컴퓨터·약품 등 종합병원에 들어가는 의료기기 같은 것들은 국제 제재에 다 걸린다”며 “의료협력이라는 것도 결국 핵문제와 북미관계 개선 문제와 다 연동돼 있어 패키지로 협의할 필요가 있다”고 신중론을 펼쳤다.
미국과 북한이 비핵화 협상에서 발상을 전환해야 한다는 촉구도 잇따라 나왔다. 문 특보는 “미국에서 주한미군 감축 이야기를 하는데 이건 그냥 버리는 카드가 아니고 주한미군 감축으로 북한의 비핵화 추동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북이 받을 수 있는 카드로 협상을 재개해야지 미국은 선(先)비핵화 하고 보상해 준다고 한다”며 “그거 할 때까지 최대한 압박하면 북한이 안 받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도 발상의 전환을 하고 북한도 보다 구체적으로 이야기해야 한다”며 “지금은 미국 코로나19 사태로 우리 대통령이 미국 대통령을 설득하는데 기본적으로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문 특보는 또 “북한이 핵 실험을 하거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한다든가 잠수함 미사일을 쏜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 행동을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김정은 위원장이 한국에 답방하고 문재인 대통령이 코로나19, 총선을 성공시킨 소프트파워로 미국의 대통령과 국민들을 설득하면 상당히 먹혀들 것”이라고 진단했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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