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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 연이틀 폭락...디플레 촉발 우려 고개

산유국 긴급회의 성과없이 끝나

WTI 6월물 11.57弗로 반토막

감산 실행전까지는 회복 불가능

미국 오클라호마 쿠싱 지역에 석유 저장 탱크가 자리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유가 폭락세가 이어지면서 글로벌 벤치마크인 브렌트유가 21년 만에 최저가를 기록했다. 유가 하락 충격에 대응하기 위해 긴급 개최된 산유국 회의가 성과 없이 끝난 가운데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감산은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며 유가의 하락세가 다음달 중순까지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21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6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반토막 나고 장중 한때 6.50달러까지 하락한 가운데 22일(한국시간)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6월물 브렌트유도 한때 15.98달러까지 떨어지며 지난 1999년 중반 이후 가장 낮은 가격을 기록했다. 육상에서 추출돼 파이프라인으로 수송되는 WTI와 달리 브렌트유는 해저에서 뽑아내 바로 유조선에 실리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저장고 이슈에 덜 민감하며 유통비용도 비교적 낮다. 이 덕분에 브렌트유는 지난달 유가가 폭락할 때도 대체로 20~30달러대를 유지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수요 급감 이슈에서는 벗어나지 못했다. 워런 패터슨 ING 상품전략본부장은 “WTI 5월물 가격의 마이너스 현실화는 시장에 충격을 줬는데 WTI 6월물과 심지어 브렌트유 시장에서도 같은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유가 폭락으로 디플레이션이 나타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칼럼에서 “일부 전략가들에게 있어 원유는 어떻게 시장에 디플레이션 충격을 전달하는지를 보여주는 첫번째이자 가장 극단적인 예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유가가 하락해 근로자들이 일자리를 잃고 기업이 파산신청을 하는 상황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산유국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신흥국들의 경우 저유가로 인해 경상수지가 적자로 전환하며 기업들의 디폴트까지 부추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급해진 OPEC+(석유수출국기구와 러시아 등 10개 산유국 연합) 회원국의 일부 에너지 장관들은 이날 예정에 없는 긴급 콘퍼런스콜을 열었지만 감산 약속을 재확인하고 정기적으로 콘퍼런스콜을 개최한다는 데 합의한 것 외에는 추가 방안을 내놓지 못했다. 주요 산유국인 러시아는 이번 회의에 참석조차 하지 않았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번 회담 이후 석유시장 안정을 위해 OPEC+ 회원국들 및 생산국들과 함께 추가 조치를 취할 준비가 돼 있다는 내용의 간단한 성명을 발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우리는 위대한 미국의 석유 산업을 절대 실망시키지 않을 것”이라며 “에너지장관과 재무장관에게 이 중요한 기업들과 일자리가 미래에도 오래 안전하도록 자금을 조달할 계획을 세울 것을 지시했다”고 트위터를 통해 강조했다.

산유국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유가에 대해 여전히 회의적인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제프리 커리 골드만삭스 글로벌 상품책임자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이것이 끝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적어도 오는 5월 중순까지는 이런 일이 계속되는 것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충격 탓에 원유 수요가 단기간에 회복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감산이 일정 부분 실행된 뒤에야 회복세에 접어들 것이라는 설명이다.

한편 WTI는 22일 밤10시30분(한국시각) 기준 전날보다 21.18%(2.45달러) 상승한 배럴당 14.02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김연하기자 yeon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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