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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아침에]830리더는 하늘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오현환 논설위원

유럽서 3040 젊은리더 탄생하는건

인재 길러내는 정당정치 문화의 힘

총선 참패한 보수야당 재기 하려면

유럽형 청년조직 구축부터 시작을





21대 총선에서 초선 국회의원 당선자가 151명으로 16년 만에 과반을 달성했다. 여성의원도 역대 최다인 57명을 기록했다. 그만큼 국회에 대한 국민들의 세대교체 열망이 높았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40세 미만의 청년 당선자는 고작 13명뿐이다. 21대 국회의원 평균연령도 54.9세나 된다.

하지만 민주주의의 본고장인 유럽의 정치문화를 보면 딴 세상이다.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39세에, 아일랜드의 리오 버라드커 총리는 38세에, 오스트리아의 제바스티안 쿠르츠 총리는 31세에 각각 나라의 최고위 공직에 올랐다. 모두 현직이다. 영국에서 13년 만에 보수당으로의 정권교체를 이끈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도 43세에 총리로 취임했었다. 이들이 30~40대 초반의 젊은 나이에 정상의 자리에 오른 것은 물론 능력이 뛰어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정치제도와 정당정치 문화가 이들의 성장을 뒷받침하고 있다는 것이다.

유럽에는 대체로 사민당·보수당 등 정당별로 독립적인 자생 전국청년조직이 있다. 대부분 학생으로 구성된 이 조직은 스스로 청년위원장을 뽑고 상임위원회도 갖추고 재정도 중앙당에 의존하지 않는다. 청년회에 들어가면 다양한 정책, 지역·국가·글로벌 이슈를 의제로 세미나를 열어 공부한다. 과거에 총리, 당 대표, 장관, 당 비서를 했던 사람들이 전국을 돌며 이들의 세미나에 참여해 함께 토론한다. 청소년들은 이르면 12~13세, 대략 중학생 때부터 청년조직에 들어가 활동한다. 청년위원회에서 동시대의 고통과 어려움을 민주적 방식으로 해결해나가는 훈련을 차곡차곡 쌓는 것이다. 이렇게 길러진 청년 정치인들은 처음에는 주로 기초·광역자치단체 등 지방정치에 참여해 한두 차례의 임기를 보낸다. 그중 뛰어난 인재가 중앙당, 중앙 정치 무대로 진출한다. 쿠르츠 총리의 경우 10대 때 정치활동을 시작해 23세에 청년조직 의장, 24세에 빈 시의회 의원, 25세에 장관, 29세에 최다득표 국회의원이 됐다. 유럽의 정상들이 언제 어디서든 기자로부터 받은 질문에 거침없이 답변할 수 있는 것은 청소년기부터 정당 청년조직에서 훈련된 정치적 능력 때문이다. 유럽은 유소년 축구클럽처럼 정치 분야에서도 청년기에 인재를 길러내는 시스템을 갖춘 것이다.



우리나라도 이제 유럽의 정당정치 문화를 배워야 할 시기가 왔다. 지난 1987년 민주화 이후 형식적인 민주주의가 실현됐다면 이제는 유럽 정당정치 문화를 도입해 진짜 민주주의를 정착시킬 때가 됐다는 것이 스웨덴 쇠데르퇸대 정치학과 최연혁 교수의 주장이다. 이 시스템이 잘 정착되면 정당 민주화, 즉 공천을 하향식에서 상향식으로 바꾸는 것도 쉬워질 수 있다. 교육 당국도 학생들이 공부하면서도 정치활동에 장애가 없도록 여건 조성에 나설 필요가 있다. 이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해 창의력 향상을 위한 교육 개혁과도 맥이 닿아 있다. 정치활동을 금하고 있는 일부 중고등학교의 학칙부터 고쳐야 한다.

이런 제도가 정착된다면 선거 때마다 청년 정치인들을 일회용 불쏘시개로 사용하는 일은 사라질 것이다. 유능한 젊은 정치인 인재풀이 정당 청년조직에 가득하기 때문이다. 젊은 리더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사회갈등지수 2위에 오른 우리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복잡한 강대국들의 이해관계 속에 통일을 이뤄내기 위해서라도 절실하다. 마크롱 대통령이 노동조합의 거센 반발 속에서도 현장에서 설득하며 노동개혁을 성공시켜낸 데서 희망을 볼 수 있다. 4·15총선에서 참패한 미래통합당에서 830세대(80년대생·30대·2000년대 대학 학번) 기수론이 부상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청년 정치인들이 보수 야당을, 나라를 이끌게 하려면 유럽형 청년조직을 구축하는 일부터 나서야 한다. 젊은이들은 이념·진영·지역 대결에서 비교적 자유롭고 미래·실용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세대교체는 바람직하다. 그러나 제대로 훈련받아 실력을 갖추는 게 전제돼야 한다. 실력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게 아니라 땅에서 길러지는 것이다. /hho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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