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온라인 개학은 사실상 ‘부모 개학’이라는 푸념이 학부모들 사이에서 터져 나오는 가운데 학부모 10명 중 9명은 온라인 개학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26일 서울경제가 아이돌봄 서비스기업 맘시터에 의뢰해 진행된 설문조사(4월 22일 실시)에서 학부모 217명 가운데 89%(193명)가 온라인 개학에 어려움이나 문제점이 있다고 답했다.
온라인 개학에 어려움이 있다고 응답한 학부모들은 자녀의 학습·숙제를 챙기는 데 가장 큰 어려움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혀 어렵지 않다(1점) △별로 어렵지 않다(2점) △보통이다(3점) △약간 어려움을 느낀다(4점) △매우 어려움을 느낀다(5점) 등 학부모들에게 질문별로 어려움을 점수로 나타내도록 했더니 ‘부모가 챙겨야 하는 학습·숙제 업무가 늘어나 시간 소요가 많다’는 문항이 평균 4.15점을 기록했다. ‘아이가 집중할 수 있는 환경 마련’(4.12점), ‘아이를 안정적으로 돌봐주기’(3.88점), ‘정해진 수업일정에 따라 방송을 보여주고 각종 과제 제출 기한 지키기’(3.84점), ‘미디어 기기 사용에 대한 규칙을 정하고 사용 제한하기’(3.75점), ‘학습 관련 도움을 줄 수 있는 교수법이나 지식 부족’(3.55점) 등이 뒤를 이었다.
정상 등교 때와 비교해 온라인 개학 시행 이후 자녀에게 나타난 가장 큰 문제점으로는 응답자 가운데 38.8%가 ‘수업에 집중하지 못함’을 꼽았다. 28.8%는 ‘수업 외 TV 시청 절제력 부족’을, 19.4%는 ‘숙제 등 학습과제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함’을 답했다. ‘수업 내용을 이해하지 못함’을 문제점으로 든 학부모는 5.5%였다.
정부에서 긴급돌봄 서비스와 휴가 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학부모 중 11.5%는 가정에 자녀의 원격 수업을 도울 보호자가 없다고 답했다. 학부모들이 연차 휴가와 가족돌봄휴가를 대부분 소진한 상황에서 아이를 맡길 곳이 여전히 부족하다는 뜻이다. 맞벌이하는 부부가 가족돌봄휴가를 사용할 경우 한 사람당 최대 10일씩까지만 휴가를 쓸 수 있다.
교육부가 전국 교육청을 통해 온라인 개학 전 스마트기기 없는 가정에 기기를 보급했지만 학부모 응답자 16.6%는 원격 수업 진행을 위해 TV, 노트북, 스마트기기, 프린터 등을 새로 마련했다고 답했다. 대여했다는 응답자는 6.5%였다. 한 가정에 자녀가 여럿이어서 정부에서 빌린 스마트기기만으로 부족하거나 정부가 수업자료 출력에 필요한 프린터는 배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현실적으로 원격 수업에서는 부모 역할이 어느 정도 있을 수밖에 없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박백범 교육부 차관은 최근 “사실 원격수업 상황에서는 학부모들께서 ‘제2의 교사’라고 생각한다”며 “학교에서 이뤄져야 할 것을 부모, 보호자들께 넘기는 것은 아니지만 코로나19라는 전 세계적으로 예상치 못한 상황에 부모들께서도 (선생님과) 손을 맞잡고 역할하고 노력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창영기자 k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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