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8일째 잠행을 이어가는 가운데 그의 전용 추정 열차가 위성사진에 또 포착됐다. 김정은이 강원도 원산 별장에 머물고 있을지 모른다는 징표일 수 있지만 일각에서는 기만 전술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의 북한전문매체 38노스는 김정은 전용으로 추정되는 열차가 29일 찍힌 위성사진에서도 강원도 원산의 한 기차역에 계속 정차 상태로 나왔다고 밝혔다. 38노스는 앞서 지난 25일에도 15일 위성사진에는 없던 열차가 21일과 23일 사진에서 모두 관측됐다며 김정은의 원산 체류 관측에 힘을 실은 바 있다.
38노스는 다만 기차가 마지막 관측된 23일 이후 이 역에 그대로 있었는지는 확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기차가 이전과 같은 자리에 있긴 하지만 기차의 남쪽 끝에 있던 기관차는 더 이상 보이지 않는다고 전했다. 기차가 출발할 준비가 돼 있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38노스는 “기차의 존재가 김정은의 행방을 증명하거나 건강에 대해 어떤 것을 시사하진 않는다”며 “열차의 존재는 분명하지만 실제로 이 열차가 김정은의 것인지, 도착 당시 김정은이 타고 있었는지 사진만으로는 알 수 없다”고 신중한 입장을 내비쳤다.
이 매체는 지난 1년간 김정은이 원산에 있었다고 보도된 기간에 위성 사진 상으로 이 기차역에 열차가 나타난 경우가 지난해 7월, 11월 등 최소 2번은 있었다고 설명했다.
김정은의 원산 체류설을 시사하는 보도를 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미국 북한전문매체 NK뉴스도 전날 김정은의 원산 별장 인근 위성사진을 분석해 “김정은이 원산 해안에서 종종 사용한 배들이 이달 내내 활발히 가동됐다”며 “김정은의 호화 요트 움직임은 그가 원산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걸 시사한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55m 호화 요트가 지난 2일쯤 별장 정박 시설에 자리 잡은 뒤 27일까지 해당 장소에 있었다고 분석했다. 특히 2016년 여름 이후 위성사진에서 일정 기간 배가 출항한 것으로 포착됐을 때 김정은이 원산이나 인근에 있었던 경우가 17번 중 11번에 달했다고 파악했다.
이들 보도가 사실이라면 김정은이 북한 지역 강원도 원산에 머물고 있다는 설은 어느 정도 신빙성을 갖춘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은 지난 26일 미국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은 살아 있고 건강하며 13일부터 원산 지역에 머무르고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15일 이전에는 전용 열차가 위성 사진에 보이지 않는다는 38노스의 분석과는 시점이 엇갈렸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보도가 김정은의 원산 체류설의 증거가 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미 열차, 요트 등이 위성 사진에 포착이 되고 수많은 매체가 관련 사실을 보도한 상황에서 굳이 원산에 계속 머물 이유가 있겠느냐는 것이다. 외교관 탈북민 출신인 태영호 미래통합당 당선인은 27일 미국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김정은 전용 열차는 기만 전술일 가능성이 크다”며 북한 당국이 미국 위성을 의식해 전깃불로도 눈속임 작전을 편다고 소개했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