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일 가까이 잠행을 이어가는 가운데 대만의 정보당국 수장이 “김정은은 아프다”고 공식 발언했다. “김정은은 건강하다”는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별보좌관의 기존 주장과 완전히 배치되는 정보가 나온 것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도 “통상적이지 않고 만일의 사태에 준비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친 가운데 청와대는 1일도 “북한 내부에 특이 동향은 없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자유시보와 빈과일보 등에 따르면 대만의 국가정보원 격인 국가안전국(NSB)의 추궈정 국장은 지난달 30일 입법원(국회) 외교국방위원회 업무보고에서 김정은의 건강 여부를 묻는 차이스잉 민진당 입법위원의 질문에 “병이 났다”고 답했다. 추 국장은 이어 “김정은이 아직 권력을 장악하고 있느냐”는 왕딩위 민진당 입법위원의 질문에 “이상한 점은 보이지 않는다”며 북한 군(軍) 등에 특이 동향도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추 국장은 김정은 위원장에 대한 질문이 거듭되자 NSB가 외부보다는 정보가 많지만 정보 출처 노출 우려로 관련 부서에 비공식 보고하겠다고도 말했다. 그는 “북한 내부에 김정은의 유고 시 비상계획이 마련돼 있다”는 말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추 국장이 말이 맞다면 우리 청와대는 김정은의 건강 정보엔 일단 침묵하고 그의 권력과 군사 동향 정보만 국민들에게 계속 제공해 온 것으로 추정된다. 추 국장의 발언은 “김정은은 건강히 13일부터 원산에 머물고 있다”는 문정인 특보의 지난달 26일 주장과도 완전히 배치되는 주장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1일에도 “북한 내부에 특이동향이 식별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편 폼페이오 장관은 30일(현지시간) 미국 방송인 ‘스콧 샌즈 쇼’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북한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얘기해줄 수 있느냐”는 질문을 받고 “김정은의 공개 활동을 2주 이상 확인할 수 없었는데 아예 처음은 아니지만 통상적이지는 않다”고 답했다. 이어 김정은의 건강 이상설과 관련해 “어떠한 만일의 사태라도 확실히 대비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폼페이오 장관은 또 “공유할 수 있는 게 많지 않다”고 구체적 언급을 자제하면서도 “면밀히 계속 주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같은 날 “김정은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정말, 정말 잘 안다”고 과시하면서도 “말할 수는 없다”고 발을 뺐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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