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극적인 재등장’의 장소로 비료공장을 고른 이유에 관심이 쏠린다. ‘건강 이상설’ ‘사망설’ 등 온갖 설이 난무하는 상황에서 자신의 건재함을 드러낼 장소를 어느 때보다 세심하게 고르고 상황을 연출했을 가능성이 있다.
2일 조선중앙통신과 조선중앙방송 등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노동절(5·1절)이었던 전날 순천인비료공장을 찾아 준공식 테이프를 직접 끊었다. 평안남도 순천시에 위치한 순천인비료공장은 북한이 농업 생산을 늘려 고질적인 식량난을 해소하고자 지난 2017년 7월 16일 착공한 공장이다. 김 위원장이 지난 1월 7일(보도일 기준) 올해 첫 현지지도 장소로 찾았던 곳이기도 하다.
이곳을 선택한 배경에는 ‘민생을 챙기는 지도자’라는 메시지를 안팎에 발신하려는 의도가 자리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장기화한 대북제재로 화학비료 수입이 어려운 데다 가축 수가 한정된 탓에 가축 분뇨를 원료로 한 퇴비 공급도 원활하지 않았다. 비료의 질은 농업 생산량과 직결된다.
특히 근래 몇 년간 식량 사정이 나아지긴 했지만,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일찌감치 국경을 봉쇄하면서 식량 수급을 장담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런 가운데 김 위원장의 비료공장 완공 선언은 북한 주민들 입장에서는 적잖은 심리적 위로가 될 수 있다. 김 위원장은 “순천인비료공장의 완공은 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5차 전원회의 이후 이룩한 첫 성과”라고 자찬했다.
재등장 시점을 ‘노동절’로 선택한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김 위원장이 노동절에 공식행사에 참석한 건 집권 초기인 2012년과 2013년 두 차례뿐이었다. 집권 첫해였던 2012년에는 평안북도 대관유리공장과 기계공장을 찾은 뒤 은하수음학회 공연을 관람했고, 이듬해에는 인민보안부(우리의 경찰청에 해당)를 시찰한 다음에 보건부문 근로자들의 체육경기를 관람했다. 올해는 코로나19에 따른 세계적 경기침체가 예상되는 만큼 최고 지도자가 나서서 노동자의 단결과 혁신을 주문할 필요가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임지훈기자 jh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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