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7월 출범 및 종합부동산세 개정안 20대 국회 내 처리가 어려워진 것은 미래통합당 원내지도부가 사실상 무력화되며 협상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여당이 국민발의제 개헌안을 오는 8일에 절차 상 의결시켜야 한다고 주장하자 야당은 “갑작스러운 개헌 논의”라며 강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종부세법·공수처 후속법안 등은 20대 국회에서 자동 폐기되고 21대 국회에서 다시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통합당은 원내 지도부가 사실상 무력화되고 새 지도부를 뽑는 과정에 들어가면서 원내 협상 동력을 잃었다. 심재철 통합당 원내대표는 낙선, 김한표 원내수석부대표는 컷오프(공천배제)되며 여당의 카운터파트가 사라진 셈이다. 본회의에 대한 의원들의 관심도 떨어진 상황이다.
야당 지도부가 힘을 잃으며 꽉 막힌 여야 간 의견차를 좁힐 가능성도 줄어들었다. 종합부동산세가 대표적이다. 더불어민주당은 12·16부동산대책에 따라 김정우 의원이 발의한 종부세법을 총선 직후 우선 처리하기로 했지만 난항을 겪고 있다. 통합당은 지난달 29일 기획재정위원회 법안소위에서 1주택자에 대한 세 부담 상한 비율을 150%에서 130%로 낮추고, 만 60세 이상 고령자와 장기보유자에 대한 공제율을 보다 확대하는 내용 등으로 종부세법을 개정할 것을 회의에서 요구했다. 이에 반해 당정청은 정부가 발표한 대책 원안대로 종부세법 개정안을 처리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야당과 합의하는 과정에서 정부 원안에 수정이 가해진다면 부동산 대책 기조가 바뀌는 신호가 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공수처도 후속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면서 7월 내 출범이 불투명해졌다. 공수처장은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하는 가운데 이를 위해서는 국회 운영위원회에 계류된 인사청문회법과 국회법, 공수처장후보추천회의 운영 등에 관한 규칙 등이 처리돼야 한다. 여당은 조속히 해당 법안들을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통합당은 “비록 공수처 출범은 막지 못했지만 공수처법에서 독소조항을 빼야 후속 법안 처리를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갑작스레 등장한 ‘개헌론’ 역시 야당이 본회의 개의를 반대하는 이유다. 통합당은 ‘개헌 논의’가 갑작스레 등장한 데 대해 불쾌감을 드러내고 있다. 심 원내대표는 5일 서울경제와의 통화에서 “개헌이란 중차대한 사항을 사전 논의도 없이 불쑥 법률안 형태로 제출한다는 게 말이 안 된다”고 밝혔다. 통과 여부와 관계없이 헌법에 따라 의결하는 과정에 불과하다는 여당의 주장에 대해서는 “우리는 부적절한 과정에 낄 필요가 없다”고 일축했다. 야당은 지난 4일 본회의 소집에는 동의하되 표결에 불참하며 ‘투표 불성립’을 유도한다는 방침이었지만 당 의원들이 반대하며 본회의 소집을 하지 않는 방향으로 돌아섰다.
여당은 ‘헌법 준수’를 이유로 본회의를 개최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헌법 130조는 ‘국회는 헌법개정안이 공고된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의결하여야 하며, 국회의 의결은 재적의원 3분의2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3월6일 국민발의 개헌안이 국회에 접수된 후 60일이 지난 시점이 이달 8일인 것이다. 국회 관계자 역시 “문희상 국회의장은 헌법을 준수해야 한다는 의지가 강하다”며 “여야가 합의하기를 끝까지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문 의장은 4일 여당 원내지도부와 만난 자리에서 본회의 직권 소집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김인엽기자 insid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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