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6일 자신을 보수 야권으로 분류하는 것에 대해 “저는 야권이다. 보수라고 말하지 않았다. 저는 끊임없이 책임 많은 정부여당에 비판적인 의견을 견지해왔다”고 강조했다. 안 대표는 이날 오후 한 라디오 방송에서 “저는 생각이 변한 게 없는데 보수정당이 집권할 때 야권으로 비판하면 진보라고 하고 지금 같은 구조에서 정부를 비판하면 보수라고 한다”며 이같이 선을 그었다.
그는 “국회 정책의 관철을 위해서는 거기에 동의하는 어떤 당과도 손을 잡는 게 국회의 작동원리”라며 “저희가 누구를 따라가는 게 아니라 제안한 대안에 여당이 동의하면 여당과 손잡고 통과시키고 야당이 동의하면 야당과 손잡는 것. 이걸 100% 여당과 하거나 100% 야당과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고 했다. 또 “예를 들면 김영란법 통과에 나름 큰 역할을 했다. 당시에 여야에서 논의가 사그라들고 더 이상 진행 되지 않는 분위기에서 제가 직접 여야 원내대표를 만나서 다시 불을 붙여 통과되게 했다”며 “신해철법도 여러 반대로 진행이 안됐던 것들을 열심히 해서 통과시켰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비판만 말고 문제 해결하라는 분도 계신데 저도 대안을 굉장히 많이 냈다”며 “항상 저는 정부를 비판하고 대안도 제시했다 문제는 비판만 기사화된다는 점”이라고 아쉬워했다.
안 대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정부 대응에 지나치게 비판으로 일관한 게 아니냐는 지적과 관련, “그건 아마 착각인 것 같다”며 “다만 아직 코로나19 사태가 끝나지 않았으니 정부에 대한 평가를 물어보지만 평가할 때가 아니라는 것이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중국에서 오는 입국자를 막아야 한다고 말했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그러나 그 다음은 우리가 잘 대응하지 않았나. 1단계와 2단계는 구분해서 봐야한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정치 보도가 지나치게 막말과 갈등 중심으로 유통되는 것을 문제 삼기도 했다. 그는 “기자들이 정치인 막말을 쓰는 데 드는 노력은 1인데 클릭 수는 100 정도 된다고 한다. 정책 비전에 대한 기사를 쓰려면 기자가 완전히 소화해서 독자들이 알기 쉽게 써야하는데 노력이 100인데 클릭 수는 1밖에 안 된다고 한다”며 “기사 유통시스템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 제대로 된 미래담론이 전국민으로 확산되기 어려운 유통시스템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에 대한 비판만 나오고 대안은 기사화가 안되는 식”이라며 “‘많이 본 뉴스 랭킹’ ‘급상승 검색어’ 등은 미래담론을 생성 되지 않게 하는 구조인데 외국은 그렇지 않다”고 주장했다.
총선 기간 마라톤을 한 이유에 대해서는 선거운동을 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선거운동 기간 동안 저희들이 선거운동을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며 “우리는 비례 후보만 내다보니 현수막도 못 걸고 현장에서 사람들 앞에서 연설을 못했다”고 전했다.
마라톤의 선거운동 효과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효과가 있었는지는 잘은 모르겠다”며 “거대 양당의 강한 충돌 상황에서 최소한 국민의당에 대한 관심은 선거 마지막 날까지 계속 지속적으로 올라갔다”고 말했다.
총선 결과에 대해서는 “선거 결과를 보면 국민의 뜻이 하늘의 뜻이라는 것을 깨닫는다”며 “이번 총선은 여당의 승리가 아니라 야당의 패배다. 충분히 야당으로 역할하지 못해서 국민들로서는 경고의 메시지를 선택한 거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여당도 여러 정책 중 문제점이 굉장히 많다”며 “대표적으로 소득주도성장에 대해서 저는 굉장히 비판적인 입장으로 오래 견지해왔다”고 덧붙였다.
안 대표는 정치를 하는 이유에 대해 “정치야말로 사회적인 가장 큰 봉사라고 생각한다”며 “우리나라 정치에 대해서 많은 실망감을 가지는 이유는 우선 공익보단 사익 추구하는 정치에 실망하고, 민생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싸움만 하니 실망하고, 정치가 왕처럼 국민 위에서 군림하는 모습에 실망한 것 아닌가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힘이 미약하지만 셋 중 조금이라도 바꾸는 데 보탬이 되고자 정치를 시작한 것”이라며 “그런 초심은 변하지 않았다. 그런 진심이 제대로 전달되지 못한 건 제 실력이 부족해서다”라고 했다.
/김상용기자 kim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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