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중국의 내수침체가 이어지며 지난달 수입액이 크게 줄어들었다. 반면 마스크 등 의료물자 공급 증가로 수출은 다소 늘어났다.
7일 중국 해관총서(관세청)에 따르면 달러화 기준으로 지난 4월 수입은 1,549억4,000만달러(약 189조8,000억원)로 전년동기 대비 14.2% 급감했다. 이는 블룸버그통신이 집계한 시장 전망치 -10%와 전월의 -0.9%를 크게 하회한 것이다.
특히 4월 미국으로부터의 수입이 91억9,000만달러에 그치며 전년동기 대비 11.1% 줄어들었다. 이에 따라 미국과 1월에 체결한 1단계 무역합의 불이행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미국 측의 공세가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1단계 무역합의에서 중국은 2,000억달러 이상의 미국산 상품과 서비스를 2년간 추가로 구매하기로 했다. 하지만 대미 수입이 감소한 것에 비춰볼 때 합의 내용을 지키기 힘들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류허 중국 부총리가 이르면 다음 주 1단계 합의 이행의 진전사항에 대해 전화 통화를 할 예정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국이 1단계 무역합의 이행 의무를 지키는지 약 1주나 2주 이내에 보고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중국을 압박하고 있다.
현지에서는 코로나19의 여파로 중국 내 소비가 극도로 위축되면서 수입 수요가 크게 줄어든 것으로 보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당초 기대한 ‘보복성 소비’ 수요가 아직 현실화되지 않고 있다”며 “소비 감소가 상당기간 계속될 우려가 크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이날 공개된 4월 차이신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4.4’에 그쳐 여전히 경기가 ‘위축’ 국면임을 보여줬다. 앞서 3월에는 ‘43.0’이었다. PMI는 50보다 크면 경기 확장, 작으면 경기 위축을 의미한다.
반면 4월 수출은 2,002억8,000만달러(약 245조3,000억원)로 전년동기 대비 3.5%나 깜짝 증가했다. 시장 전망치 -11%와 전월의 -6.6%를 크게 웃돈 수치다. 일단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의료물자 수출이 크게 늘어난 것이 한 원인이다. 해관총서는 4월 마스크를 포함한 방직품 수출이 146억2,000만달러로 전년동기 대비 49.4% 급증했다고 집계했다. 내수위축을 회피할 밀어내기식 수출 가능성도 제기된다.
루이스 쿠이즈 옥스퍼드이코노믹스 중국 담당 이코노미스트는 “4월의 수출 회복세가 지속되기는 어렵다”며 “중국 외부의 수요는 봉쇄령과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의 영향을 받는다”고 주장했다.
한편 경기 회복세가 여전히 주춤한 가운데 중국이 오는 22일 양회의 전국인민대표대회 개막식 때 내놓을 ‘정부 업무보고’에서 올해 국내총생산(GDP) 목표 수치를 제시하지 않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중국은 지난해 ‘6~6.5%’의 GDP 성장률 목표치를 제시했고 실제로 6.1% 성장했다.
블룸버그는 “올해 목표치를 제시하지 않는 것은 중국 지도부가 아직 경기회복을 확신하지 못한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베이징=최수문특파원 chs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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