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 자매 이재영·이다영은 같은 듯 다르다. 언니 이재영은 아빠를 닮아 어릴 때부터 힘이 셌다. 동생 이다영은 두뇌 회전이 빨랐다. 이재영이 “저는 어릴 적부터 힘이 타고나긴 한 것 같다. 다영이는 워낙 호리호리했는데 대신 잔머리를 잘 썼다”고 돌아보자 이다영은 “저 진짜 잔머리 잘 굴린다. 어떻게든 뺀질거리면서 빠져나가고는 했다. 근데 재영이한테 팔씨름은 한 번도 이겨본 적이 없다”고 맞장구를 쳤다. 기질이 워낙 달라 포지션 고민도 없었다. 이재영은 애초에 공격수로 컸고 이다영은 세터 출신인 엄마의 길을 걸었다. 둘은 “다른 건 몰라도 (국가대표 출신) 엄마 아빠의 근질(근육의 질)은 똑같이 잘 물려받은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이재영은 공격수로는 단신(178㎝)인 반면 이다영은 세터로는 장신(179㎝)이다. 대신 이재영은 압도적인 점프로 단점을 지운다. 제자리점프가 66㎝로 국내 최고 수준이다. 스파이크 높이는 3m에 육박하고 점프 속도와 타이밍도 남다르다. 이다영은 조율사인 세터임에도 공격 본능이 꿈틀댄다. 지난 시즌 서브·블로킹 득점 없이 공격으로만 7점을 올리기도 했다. 높이를 이용한 블로킹을 앞세워 한 경기 10점을 낸 적도 있다.
코트 밖에서는 둘 다 요리를 좋아한다. 약간 달게 조리하는 김치찌개를 즐겨 만들고 잘 먹는다. 이다영이 “고기를 볶을 때 고추장 한 숟가락 푹 넣고 물을 착 부은 다음 파랑 다진 마늘 탁 넣고 달달 볶아주는 게 포인트다. 비계가 비교적 많은 고기를 쓰면 맛있고 설탕 한 숟가락도 잊으면 안 된다”고 어느 때보다 열심히 설명하자 웃음을 꾹 참던 이재영은 “얘 때문에 나 또 더워진다”며 에어컨을 찾았다.
서로에게 가장 부러운 것, 뺏고 싶은 것을 물었더니 이재영은 “옷 입는 센스”, 이다영은 “운동능력”이라고 했다. 보통의 20대들처럼 옷에 관심이 많은 이다영은 개인 소셜미디어에 사복 패션 사진을 즐겨 올린다. 지난해 10월에는 왼쪽 손에 아주 작게 ‘신이 내린 선물’이라는 뜻의 ‘dorothy’를 문신으로 새기기도 했다. 옷 입는 스타일도 다르다. 이다영은 여성스러운 스타일, 이재영은 밝은 느낌의 스포티룩을 선호한다. 비슷해 보이지만 체형이 달라 서로의 옷은 절대 바꿔 입지 못한단다. 쉴 때 이다영은 최신 드라마를 즐겨보고 이재영은 노래만 듣는다. 요즘은 나얼이 부른 지난 2005년 곡 ‘한 번만 더’를 반복해서 듣는다. 마지막으로 본 드라마가 2014년 종영한 ‘별에서 온 그대’다.
이다영은 쌍둥이 언니가 부상을 당하면 “심장이 빨리 뛰고 막 아파온다”고 했다. “멀쩡하다가 왜 하필 심장이 아파지는 거냐고 물으시겠지만 저는 정말 진짜 그렇다”고 말하는 동생을 보며 이재영은 말없이 빙긋이 웃었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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