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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합의, 꼬리내리는 中 부드러워진 美…세마리 토끼 노리는 트럼프가 최후변수 [김영필의 3분 월스트리트]

커들로 “중국과의 관계 매우 복잡해”

코로나19 강조하면 무역합의 영향 커

중국과의 관계 중요시 친중 낙인 우려

백악관 경기회복에 중국 역할 커 고민

中, 합의 먼저 깨기보다 일부 속도낼 듯

트럼프, 막판에 협상 틀 가능성도 남아

중국 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에 결국 움직이는 듯합니다. 미중 1단계 무역합의 이행 얘기인데요. 8일(현지시간) 미중 무역대표가 전격적으로 전화통화를 한 뒤 무역합의를 이행하자는데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합니다. 중국 입장에서는 대선을 앞두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우한 바이러스 연구소 기원설을 들이대며 파상공세를 펴는 트럼프 대통령을 정면으로 상대하기에는 버거웠을 겁니다.

다만, 중국도 노리는 바가 있겠죠. 트럼프 대통령이 얼마나 욕심을 부리느냐도 미중 무역합의의 앞날을 좌우할 변수입니다.

래리 커들로 백악관 NEC 위원장. 커들로 위원장은 중국에 있는 미국 제조업체와 의료기업에 이전비용을 대주는 방식으로 리쇼어링을 추진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커들로 “양측 대화 건설적…中, 거래 이행 위해 노력할 것”

래리 커들로 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이날 블룸버그TV에 나와 “양측 대화가 건설적이면서 매우 긍정적이었다”며 “중국은 계속 우리에게 딜을 이행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한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상품 구매가 좀 덜 한데 이는 시장과 경제상황 탓일 것”이라며 “회담은 잘 가고 있고 건설적이며 중국이 (구매를) 계속 하겠다고 약속했다”고 덧붙였습니다.

트럼프 대통령도 톤을 낮췄습니다. 그는 이날 “중국이 고의로 확산시켰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는 말을 꺼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고의라면 책임을 져야 한다고 해왔습니다. 두 말을 연결하면 책임을 묻지 않을 수도 있다는 뜻이 되는데요.

지금까지 미국 정부 내에서는 중국 정부가 무역합의를 이행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분위기가 어느 정도 있었습니다.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지난 4일 “중국이 무역합의를 준수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그 근거로 합의를 이행하지 않으면 누가 중국과 사업을 할 수 있겠느냐는 식으로 말했습니다. 국제사회에서 약속을 지키지 않는 나라로 낙인이 찍힐 것이라는 얘기죠. 최소한 미국이 그렇게 만들 것이라는 말로 들렸습니다.

중국은 미 국채 투매 같은 방식으로 미국에 보복하기 어렵습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어떤 보복도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하기도 했고요. 코로나19로 국내 여론이 좋지 않고 경제성장률이 곤두박질치고 있습니다. 세계 각국의 여론도 나쁩니다. 홀로(또는 러시아) 미국과 맞서기에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고 중국도 모두 다 내놓을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어쨌든 미국을 상대로 21개월이나 무역전쟁을 끌어온 중국입니다. 순순히 끌려가지는 않을 거라는 얘기입니다.

중국 상하이에서 한 여성이 시진핑 주석의 초상화 앞을 지나가고 있다. 중국은 먼저 미중합의를 파기하기보다는 미국을 지치게 하는 방향을 택할 가능성이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中 시간벌기 작전 가능성…美에 성의만 보일 수도

이날 커들로 위원장은 의미심장한 발언을 했는데요. 그는 무역합의가 잘 가고 있다면서도 “중국과의 관계는 매우 복잡하다”는 말을 던졌습니다. “작년 말에 무역합의를 한 지 수천 년이 된 듯한데 몇 달 안 됐다”는 얘기도 덧붙였구요. 그만큼 중국이 쉬운 상대는 아니며 중국이 무역합의 이행을 질질 끌고 있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지금 시점에서 중국이 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은 2년 간 2,000억달러라는 합의 내용을 일부 이행하면서 최대한 시간을 끄는 것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체면을 세워주는 수준에서 말이죠.



물론 이 정도로 양측의 갈등이 다 끝난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하지만 중국 입장에서는 시간을 벌 수 있습니다. 실제 1단계 합의안에는 경제상황에 따라 수입액 조정이 가능하다는 조항이 들어있습니다. 코로나19로 중국도 타격을 입은 만큼 이 부분을 이용할 수 있겠습니다.

결국 중국은 조금씩 조금씩 합의를 이행하다가 또 하지 않으면서 미국의 애를 태울 가능성이 있습니다. 중국 정부 입장에서는 미국의 서플라이체인(공급망) 변경에 따른 탈중국이 본격화할 경우를 대비한 협상용 지렛대를 남겨둬야 하구요. 계속되는 코로나19 관련 압박에 대한 카드도 있어야겠지요.

중국이 첫해에 미국산 제품 767억달러어치를 구매하기로 했지만 올 1·4분기 대미 수입은 전년 동기보다 오히려 5.9% 쪼그라들었습니다. 수입 속도를 높여가며 소나기를 피하는 방법을 택할 수 있겠지요. 합의를 먼저 깨기보다는 미국을 지치게 하는 방안이 낫습니다.

중국 정부가 유리한 측면도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중국의 도움이 어느 정도 필요합니다. 트럼프 대통령 바람대로 3·4분기부터 미국 경제가 ‘V자’로 회복하기 위해서는 중국의 수입이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중국이 생색을 낼 수 있는 부분입니다. 중국 지도부가 어떤 전략을 세우느냐가 중요합니다.

지난 1월 백악관에서 열린 1단계 무역합의 서명식에 참석한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11월 대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의 줄타기를 통해 세 마리 토끼를 잡으려고 한다. /CNBC 방송화면 캡쳐


선거 앞둔 트럼프 세 마리 토끼 다 잡을까?…줄타기가 관건

트럼프 대통령의 최상의 시나리오는 중국이 1단계 합의대로 무역합의를 이행해 농산물과 공산품을 대거 수입하면서 코로나19의 책임을 중국으로 돌리고, 민주당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을 친중파로 엮어 선거에서 승리하는 구도입니다. 중국을 고리로 3가지 목적을 한번에 달성하는 것이죠.

대중 농산물 수출은 팜벨트(중서부 농업지대) 표를 얻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고 공산품 수출 확대는 미국 기업들의 이익을 늘리고 일자리를 만들 것입니다. 이런 목적을 달성하면서 중국의 부적절한 대응 때문에 미국이 피해를 봤다는 분위기를 만들면 정권 책임론을 피할 수 있지요. 트럼프 대통령 측은 바이든 전 부통령의 아들 헌터 바이든이 지난 2013년 12월 아버지가 현직 부통령일 때 중국 방문을 동행한 후 10일 만에 국영 중국은행(BOC)에서 15억달러의 투자를 받은 것도 문제 삼고 있습니다. 미국 내 반중 정서를 이용하는 것인데 미국 여론조사기관인 퓨리서치가 지난 3월 1,000명의 미국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3분의2가 중국에 좋지 않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관건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 세 가지를 한번에 이루기 위한 줄타기를 잘 하느냐죠. 코로나19를 너무 강조하면 무역합의가 깨질 수 있고 무역합의와 중국과의 관계를 너무 중시하면 거꾸로 친중으로 공격받을 수 있습니다. 공화당 내부에서는 선거에 이기기 위해 경제적 이들을 버려서라도 코로나19 중국 책임론에 무게중심을 두자는 얘기가 나옵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의무를 이행하는지 약 1주나 2주 이내에 보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양국 무역대표 간 대화가 시작된 만큼 조만간 결과가 나올 것입니다.

중국이 제시한 카드를 트럼프 대통령이 받아들일지도 관전 포인트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8일에도 중국과 무역 분쟁을 어떤 식으로 정리할지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는데요. 끝까지 가봐야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난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한 데서 보듯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협상력 제고와 선거를 위해서라면 합의파기도 불사할 수 있는 인물입니다.
/뉴욕=김영필특파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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