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 생일 참배도 건너뛰고 20여일 동안 잠행을 이어가다 이달 1일 ‘생존신고’를 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또다시 열흘째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경제현장을 김재룡 내각 총리가 대신 챙기는 가운데 김 위원장의 잠행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노동신문 등 북한 관영매체들은 지난 1일 김 위원장이 평안남도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에 참석한 모습을 2일 보도한 뒤 열흘째 그의 공개 활동을 전하지 않고 있다. 대신 김 총리가 5일 함경북도 김책제철연합기업소, 10일 평안남도 귀성제염소, 11일 황해남도 수로 공사 현장 등을 둘러본 소식만 알렸다.
김 위원장의 잠행 속에서 중국·러시아와 친서 외교만 진행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7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구두 친서를 보낸 데 이어 9일에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제2차 세계대전 승전 기념일을 축하하는 전문을 보냈다.
정부는 이에 대해 “특이 동향은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의 공개 활동 자제를 두고 ‘코로나 도피설’ ‘북미협상 준비설’ ‘군사행동 준비설’ 등이 제기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11일부터 공개 활동을 접은 데 이어 같은 달 15일 집권 이후 처음으로 김일성 주석 생일에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하지 않으면서 ‘건강이상설’에 휩싸였다. ‘사망설’ ‘뇌사설’ 등 각종 소문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지는 가운데 이달 1일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에 참석해 직접 테이프를 끊는 모습을 보이며 건재를 과시했다.
북한은 김 위원장 복귀 직후인 8일부터 관영매체와 선전매체들을 통해 한국군의 군사훈련과 신북방정책을 연일 비난하고 있다. 반면 한국군 감시초소(GP) 총격이나 문재인 대통령의 협력 제안에는 일절 반응하지 않고 있다.
한편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는 이날 ‘북한 관련 허위정보 실태와 대응’ 보고서를 내고 대북 가짜뉴스의 패턴을 ‘생성→전파 및 강화→재생산 및 증폭→검증’ 4단계로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들 가짜뉴스가 퍼지는 과정에서 누군가 경제적 이익을 꾀하거나 안보를 위태롭게 만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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