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합당을 하지 않고 두 개의 교섭단체를 꾸릴 속내를 보이는 미래통합당과 미래한국당에 “아귀 다툼 말라”고 경고했다. 민주당은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과 합당을 결정했다. 그런데 원유철 한국당 대표가 “선거법 개정이 먼저”라며 합당을 21대 국회 개원 후로 미루자는 주장을 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에 합당하지 않으면 17개 상임위원회 위원장직을 본회의 표결에 붙이겠다며 실력행사에 나섰다. 의원정수(300석)의 과반인 민주당이 마음만 먹으면 상임위원장을 싹쓸이할 수 있으니 합당하라는 압박이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12일 “하나의 먹이를 두고 머리끼리 아귀다툼하는 쌍두뱀”이라며 “국가보조금과 상임위원장 자리를 두고 다투고 있다”고 말했다.
4·15총선은 공직선거법 개정에 따라 의원정수(300인)에서 정당득표율을 곱하고 지역구 의석을 뺀 후 남은 의석에서 절반을 나눠 비례대표 의석으로 배분하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됐다. 이에 여야는 지역구 후보를 내지 않는 위성정당인 시민당과 한국당을 만들고 각각 17석(현재 14석), 19석을 얻었다. 민주당은 선거법을 악용해 위성정당을 만들었으니 21대 국회 전에 합당해 이를 바로잡자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시민당과 12일 합당하기로 결의했다.
여당의 강경 발언은 한국당의 원 대표가 통합당과 합당을 미루는 모습을 보이자 나왔다. 원 대표는 같은 날 열린 한국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비례정당을 만들 수밖에 없는 제도를 만들어낸 민주당은 결자해지 차원에서 악법과 제도를 폐지하는 데 즉각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원 대표는 줄곧 “지뢰를 제거하지 않고 지뢰밭을 건널 수 없다”며 합당보다 원흉이 된 선거법부터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선거법을 폐지하려면 21대 국회가 개원해야 한다. 그때까지 한국당이 존속하겠다는 것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문제는 통합당 의원에서 의원이 합류해 한국당을 원내교섭단체(20명 이상)로 만들어 거대 여당에 맞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더 커졌다. 심지어 안철수 대표가 이끄는 국민의당(3석)과 합쳐 또 다른 교섭단체를 구성할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이렇게 되면 민주당은 통합당과 한국당 두 개의 교섭단체와 원내에서 싸워야 한다. 예산은 물론 주요 법안 처리를 두고 교섭단체 두 곳과 논의하면 입장에 따라 경우의 수가 많아진다. 20대 국회는 민주당과 통합당(전 자유한국당)에 이어 바른미래당 등 세 개의 교섭단체가 사안마다 입장을 달리하며 법안 처리가 미뤄지기를 반복했다. 국회에는 1만 5,000여 개의 법안이 계류돼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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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움직임에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쌍두뱀”이라고 비판하며 합당을 압박한 것이다. 이에 더해 여당은 ‘상임위원장 표결’이라는 몽둥이를 꺼내 들었다. 김태년 원내대표가 라디오 인터뷰에서 상임위원장 자리를 표결로 결정할 가능성을 묻자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여당 지도부가 야당 때리기에 나선 것이다.
국회 본회의에 오르기 전에 법안의 세부 내용을 검토하는 상임위원회는 17개다. 상임위원장은 여야가 의석수 비율에 맞춰 배분하는 것이 관례다. 177석의 민주당은 11~12개, 103석의 통합당(합당 가정)은 6~7개로 배분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민주당은 한국당이 독자 교섭단체로 나설 경우 국회법(제41조)에 따라 본회의에서 표결에 부치겠다는 것이다. 이론상 과반을 차지한 민주당이 마음만 먹으면 표결을 통해 17개 상임위원장을 모두 가져갈 수 있다. 물론 이 같은 일이 실현될 가능성이 낮지만, 여당이 실력행사를 하는 과정에서 법제사법위원장과 예산결산위원장(특별위원회)를 가져가겠다고 압박할 수 있다. 법사위는 법안의 법리를 심사하는 곳으로 상임위 위의 상임위로 불리고 예결위는 예산을 심사하는 막강한 곳이다. 현재는 모두 통합당이 위원장을 맡고 있다.
통합당 안팎에서도 합당하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선거법은 여당이 4+1 협의체를 만들어 밀어붙여 통과시켰다. 그렇지만 이 과정에서 탄생한 위성정당은 소위 ‘꼼수’를 위해 만들어진 만큼 다시 합쳐 국회를 정상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는 “합당은 국민의 뜻”이라며 “안철수당과 교섭단체 구성을 시도한다면 민의에 반하는 또 다른 배신”이라고 꼬집었다. 5선으로 국회부의장 후보인 정진석 의원, 3선 장제원 의원도 “빨리 합당하는 것이 도리”라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원 대표가 ‘선 연비제 폐지, 후 합당’을 주장하면서 상황이 꼬이고 있는 셈이다. 통합당 관계자는 “원 대표가 더 버티다가는 여론은 물론 민주당의 역풍에 당할 수 있다”며 “주호영 원내대표가 이 문제를 매듭지어야 한다”고 말했다. /구경우기자 bluesqua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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