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자 친딸을 여러 차례 강제추행하고 욕설하는 등 정서적으로 학대한 40대 남성에게 대법원이 징역 3년의 실형을 확정했다. 이 사건은 1심에서 무죄였다가 2심에서 유죄 판결로 뒤집히기도 했다. 피해자인 친딸이 1심에서 진술을 번복했지만 항소심에서 이 과정에 가족들의 압박이 있었다는 정황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14일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친족관계에의한강제추행)등 혐의로 기소된 윤모씨에 대한 상고심 선고에서 원심의 판결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원심의 판단이 정당하며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잘못이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윤씨는 지난 2014년부터 2018년까지 세 차례에 걸쳐 친딸을 강제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특히 첫 범행의 경우 13세 미만 미성년자강제추행 혐의가 추가됐다. 친딸이 보는 앞에서 본인의 아내를 폭행하거나 딸에게 욕설을 하는 등 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도 받는다. 원심인 서울고법 형사10부는 윤씨에게 징역 3년의 실형과 함께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선고한 바 있다.
이 사건의 경우 피해자인 친딸이 1심 법정에서 수사기관에서 진술과 달리 증언하면서 큰 쟁점이 됐다. 윤씨의 딸은 1심에서 아버지가 미워서 거짓말을 했다고 증언했고, 윤씨는 1심서 강제추행 혐의에 대해 무죄를 받았다. 하지만 항소심 공판에서 이 같은 진술번복에 가족들의 회유와 압박이 있었다는 정황이 나오면서 유죄로 바뀌었다. 피해자를 치료한 정신과 의사는 항소심 법정에 출석해 “피해자가 1심에서 엄마의 부탁으로 거짓말을 했다고 말했다”며 “가족들이 눈치를 많이 줬으며 할머니는 아버지 빨리 꺼내야 한다고 욕하고, 어머니는 경제적 사정이 어려운데 정말 성폭행한 것이 맞느냐며 재차 묻고, 못 믿겠으니 그런 일 없다고 하라고 했다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윤씨의 아내도 남편을 접견하며 “없던 일로 해 달라고 설득해 보겠다”는 취지로 말한 사실이 밝혀졌다.
대법원 재판부는 “친족관계에 의한 성범죄 피해자의 진술은 피고인에 대한 이중적인 감정, 가족들의 계속되는 회유와 압박 등으로 인하여 번복되거나 불분명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수사기관에서 한 진술 내용의 신빙성 인정 여부와 더불어 진술번복의 동기나 이유, 경위 등을 충분히 심리해 어느 진술에 신빙성이 있는지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법원의 기존 판례에서도 자신을 보호·감독하는 지위에 있는 친족으로부터 성범죄를 당한 미성년자 피해자의 진술의 신빙성을 함부로 배척해서 안 된다고 밝히고 있다.
/박준호기자 violato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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