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채용 문화를 바꿔놓고 있다. 그 중 하나가 ‘대규모 공개채용’ 대신 소규모로 필요한 분야에서 기회가 날 때마다 채용하는 ‘수시채용’으로 방향을 바꾸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모 설문조사 결과 올 상반기 중 수시채용만 하겠다는 기업도 10곳 가운데 8곳에 이를 정도다. 전문가들은 수시채용에 맞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 수시채용 확대하는 기업들=구인구직 매칭플랫폼 ‘사람인’이 최근 기업 428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2020년 상반기 채용 평가’ 조사 결과 올해 상반기 중 공개채용 대신 수시채용만 진행하겠다고 답한 기업은 78.7%에 달했다. 지난해 같은 조사에서 나온 69%보다 9.7%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특히 대기업의 경우 ‘수시 채용만 진행할 것’이라는 응답이 60%에 달해 지난해(16.7%)보다 세 배 이상 늘어났다. 기업 입장에서는 큰 비용과 인력을 투입해야 하는 공개채용보다 필요 할 때마다 소규모로 인력을 뽑을 수 있는 수시채용을 선호하는 분위기가 커지고 있다. 채용 업계에서는 다른 선진국과 마찬가지로 수시채용의 보편화는 시간문제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이런 와중에 코로나19 확산으로 대규모 공개채용이 어렵게 되면서 채용시스템 전환이 한 층 가속화된 것이다.
실제로 KT 그룹은 올해부터 공채를 폐지하고 ‘수시 인턴 채용제’를 전면 도입했다. 매년 상·하반기 두 차례에 걸쳐 진행했던 정기 공채를 폐지하고, 대신 6주의 인턴 기간을 거쳐 정직원 전환 여부를 결정하는 방식으로 전환했다. 코로나19로 상반기 공채 일정이 불투명해진 데다 실무형 인재 선발·육성을 위해서는 수시·인턴채용이 더 적합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은 이미 지난해부터 공개채용을 폐지하고 수시채용 시스템을 적용해왔다. SK그룹도 순차적으로 수시채용의 비중을 늘려나간다는 방침이다. 티몬은 올해부터 채용 전형을 수시채용 중심으로 전환하고, 상시 인재 등록 제도인 ‘인재풀(pool)’을 운영하기로 했다. 인재풀에 등록해 놓은 구직자를 대상으로 적합한 부문에서 수요가 발생할 때 채용 전형을 진행하는 식이다. ‘배달의민족’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은 전사 차원의 신입 공채 없이 대부분의 채용을 수시채용으로 진행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이 상반기 공개채용을 미룬 상태에서 수시 채용을 진행 중이다. 상반기에 미뤄진 공채 인원은 하반기 공채에 반영될 전망이다.
◇ 취업전략도 다시…전문성 높여야=기업 입장에서는 필요한 시기에 적합한 인원을 뽑을 수 있어 좋지만 취업준비생 입장에서는 수시채용이 마냥 달갑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공채의 경우 대략적인 시기를 짐작할 수 있어 스펙쌓기, 기업별 필기시험 준비 등 상황에 맞춰 시간표를 짜놓고 대비할 수 있었지만 수시 채용은 이런 대응이 쉽지 않아지기 때문이다. 채용 공고가 언제 뜰지 알 수 없는 만큼 상시 대응이 가능하도록 스펙쌓기, 필기·면접 준비 등을 미리 해둬야 하는 부담이 있다. 수시 채용에서는 대규모 인원을 뽑는 공채보다 채용 숫자도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채용 절차 간 간격도 더 짧아질 수 있다. 서류나 필기시험에 붙은 후 면접 준비를 시작하는 방식으로는 대응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의미다. 수시 채용의 경우 공채에 비해 전체 채용규모 자체가 줄어드는 경우도 많다. 다만 특정 시기에 공채가 집중돼 여러 기업에 지원하기 어려웠던 문제는 줄어든다. 대비가 충분하다면 더 많은 기업에 도전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보는 취업준비생들도 많다. 무작정 채용 시즌을 기다릴 필요도 없어진다.
전문가들은 기업의 채용 트렌드가 수시 채용으로 바뀌는 만큼 취업준비생들도 이에 발맞춰 대응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소규모 채용으로 직무 관련 전문성이 더욱 강조되는 만큼, ‘막무가내’식 지원보다는 관심 있는 직무를 정확하게 파악해 결정하고 맞춤형 스펙을 쌓아야 한다. 또 수시 채용의 경우 채용 공고가 언제 뜰지 알 수 없는 만큼 취업정보 사이트나 희망 회사의 채용 사이트를 수시로 체크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대기업의 한 인사 담당자는 “희망 직종에 대한 이해도와 전문 지식을 쌓고 관련 업종의 트렌드를 파악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면 좋을 것”이라며 “직장 실무경험 수준의 전문지식을 요구하는 것이 아닌 만큼 자신의 직무 관련 열정을 보여주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다./진동영기자 j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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