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차기 당 대표 잠룡으로 떠오른 송영길 의원이 이낙연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장의 당 대표 출마를 전제로 불출마 의사를 밝혔다. 차기 당 대표 선거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여권의 잠룡 가운데 송 의원이 1위를 달리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177석을 거느린 민주당의 차기 당 대표 선출이 이 위원장의 결심에 따라 의외로 간단히 교통정리될 것으로 전망된다.
18일 익명을 요구한 민주당의 한 의원은 “이 위원장과 송 의원이 최근 회동한 자리에서 송 의원이 이 위원장에게 ‘위원장이 당 대표에 출마한다면 전당대회 출마를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면서 “이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송 의원에게 ‘전당대회 출마 여부를 결정하기 전 꼭 상의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송 의원의 이 같은 파격적인 양보 선언은 차기 전당대회 관련 비공개 여론조사에서 송 의원이 압도적인 1위를 달리고 있는 것을 감안할 때 이례적인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의 한 핵심관계자는 “차기 당 대표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의원 중심으로 권리당원 등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송 의원이 1위를 기록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물론 이 여론조사에는 이 위원장이 포함되지 않았지만 송 의원이 이 위원장의 출마를 전제로 불출마 의견을 나눈 것은 맞다”고 설명했다.
송 의원의 한 측근 역시 “송 의원은 총선 이후에 ‘이번 전당대회는 개별 정치인이 계획한 정치 일정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난 극복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수차례 강조했다”면서 “주변 초선 당선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이 위원장이 출마한다면 언제든지 바로 출마 의지를 접겠다’고 한 발언과 맥락을 같이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송 의원의 당 대표 불출마 가능성 시사는 송 의원의 당내 입지를 감안할 때 파격적인 행보라는 게 당내 평가다. 송 의원은 지난 2018년에 치러진 민주당 당 대표 선거에서 30.7%를 얻어 이해찬 현 대표의 득표율(42.8%)에 이어 두 번째를 기록한 바 있다. 더욱이 송 의원의 경우 지난 총선에서 인천 지역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을 지내면서 초선 당선자의 유세를 지원한데다 서울과 경기·호남 지역에서 고른 지지층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내에서는 이 위원장이 자신이 후원회장을 맡았던 초선 당선자들과의 오찬 자리에서 당 대표 출마와 관련한 의견을 청취한 것 역시 송 의원의 불출마 의지와 무관하지 않다고 평가하고 있다. 한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송 의원도 이 위원장의 출마를 전제로 불출마하겠다고 한 만큼 이 위원장이 출마를 결정하게 되면 무난히 이 위원장의 승리로 전당대회가 막을 내릴 것”이라며 “다만 이 위원장은 당내 의원들의 불출마 요구가 많을 경우 출마를 강행할 수 없어 당선자들의 의견을 구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상용기자 kimi@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