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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디지털 뉴딜은 정보인권을 보호하려는 노력과 함께 가야"

■이광석 서울과학기술대학교 IT정책대학원 교수

코로나 이후 각국 개인정보 취득 및 활용 강화

민간기업 데이터 활용도 덩달아 더 늘어날 것

개인들 빅테크기업 데이터 오남용 잘 인지 못해

민감한 기술 사용땐 정보인권 강화 노력 필요

세계보건기구(WHO)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세계적 유행(펜데믹·Pandemic)을 선언한 게 지난 3월 11일. 두 달이 지나면서 세계 경제에 미치는 충격도 하나둘씩 드러나고 있다. 전 세계는 코로나19 쇼크로 인한 ‘셧다운’ 여파로 경제 활동과 경제 심리가 크게 위축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는 지난 4월 정례 회의에서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과 한국 경제 성장률을 각각 -3.0%, -1.2%로 전망했다. 한국 경제가 마이너스를 기록한다면 이는 1998년 외환위기 당시 -5.1%를 기록한 이후 처음이다.

변화는 경제 분야에만 있는 게 아니다. 코로나 펜데믹은 정치, 사회, 문화는 물론 일상생활까지 모든 것을 바꾸고 있다. 지구촌이 앞으로 코로나 이전(BC: Before Corona)과 이후(AC: After Corona)로 나눠질 것이란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을 정도다. 특히 코로나19는 인류에게 과학기술의 발전과 활용, 이에 따른 정보격차와 개인정보 보호 등의 새로운 숙제를 던졌다.

이에 서울경제는 이광석 서울과학기술대학 IT 정책대학원 디지털 문화정책 전공 교수를 인터뷰했다. 이 교수는 기술, 사회, 문화가 서로 교차하는 접점에 비판적 관심을 갖고 연구와 집필 활동을 하는 대표적인 소장파 연구자다.

이광석 서울과학기술대학교 IT정책전문대학원 디지털문화정책 교수/오승현기자




-IT 기술의 발달 등으로 국가나 민간 기업이 ‘빅브러더’화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법 제도화나 시민사회 합의 등을 통해 이에 대한 적절한 제동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코로나19 국면에서 동아시아 국가 중 일부는 국민 생명보호라는 명목으로 첨단기술을 매개해 개인정보를 수집하거나 개인을 추적하는 행위의 명분을 쉽게 획득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경우 ‘모범 방역국가’의 이름값을 위해 그리고 아직 백신이 없는 현실에서 ‘빅브라더’의 도래까지는 아니더라도 ‘생활방역’으로 감염병이 장기화 될수록 감염자 동선 추적과 ‘안심 밴드’라 불리는 신체 감시장치 도입 등 정부가 좀 더 강력한 감시 장치 도입의 욕망에 쉽게 빠질 수 있다고 봅니다.

우리 사회는 최근 개인정보보호법 제정이 이뤄졌고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위상 강화를 모색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사회적으로 민감한 기술의 도입과 관련해 전문가 집단과 시민사회 ‘기술영향평가’ 등 합의 구조도 있구요. 문제는 이들 형식적 제도와 합의 구도의 존재와는 별도로 이들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고 사기업 논리에 대체로 좌우된다는 점에 있습니다. 개인정보 보호 제도나 시민 합의체가 제대로 기능하려면 어렵더라도 정보 인권 보호와 민간 데이터 활용 사이 끊임없이 균형을 찾는 일이 중요합니다.

-민간기업, 특히 IT 선도기업의 폭넓은 정보 수집과 알고리즘 분석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정보가 악용되거나 과다한 정보 수집으로 나타날 문제는 없는지요. 개인들도 위치정보, 구매 패턴, 동선 등을 제공하는 대가로 다양한 서비스를 받으며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지 못하다고 지적하셨습니다.

△현재 ‘빅데이터’ 국면에서 이용자의 ‘비정형’ 데이터, 즉 정서, 감정, 위치, 취향, 생체 정보 등이 실시간으로 끊임없이 무차별적으로 플랫폼을 매개해 수집되고 알고리즘 지능 분석되고 데이터 그 자체가 현대 정보자본주의의 ‘원유’이자 새로운 생산력의 원천이 된다는 것쯤은 이제 삼척동자도 아는 얘기가 됐습니다.

잘 알려진 것처럼 전 세계 어느 곳보다 우리네 개인정보 오남용은 심각하고 특히 한국사회는 미국에 이어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대규모 데이터 유출 및 오남용이 많은 국가로 알려져 있습니다. 데이터 사회 국면에서 흥미로운 점은 개인이 데이터 서비스를 받으며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한다기보다는 시간이 갈수록 우리 대부분 아주 순순히 닷컴 기업들에 자신의 데이터를 내주고 오남용 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데도 어느 정도 이를 묵인하고 심지어 쉽게 데이터 권리를 체념한다는 점입니다.

대부분 이용자들은 편리나 재미를 얻을 수 있다면 플랫폼 서비스 이용을 위해서 스스로 개인정보를 지키기보다는 아주 자발적으로 자신의 정보를 내놓는 플랫폼 기업의 협력자가 되길 선택합니다. 이것이 국가의 시민 정보 인권 침해가 ‘빅브라더’마냥 폭력적이라 쉽게 느끼는 반면 사기업의 개인정보 침해에 대해서는 대부분 상대적으로 관대하게 바라보는 이유라 봅니다.

이광석 서울과학기술대학교 IT정책전문대학원 디지털문화정책 교수/오승현기자


-민간기업이 사적 영역에서 취득하던 정보를 국가가 취합하고 분석하는 사례가 점점 다양화되고 있다고 말씀하셨는데요. 대표적인 사례는 어떤 것이 있나요.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상대적인 강도가 어떤가요?

△하나는 역사적으로 에드워드 스노우든의 내부 폭로에 의해 밝혀진 바처럼 오바마 전 대통령 시절 국가안보국(NSA)의 ‘프리즘’(PRISM) 기획을 들 수 있겠습니다. NSA는 전자 네트워크망과 항공 드론 등을 통해 작동하는 에어 핸들러(Air Handler)란 무선망과 함께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 야후 등의 빅 테크의 협조를 받아 민간 데이터를 무차별적으로 수집 및 사찰해왔던 정황이 밝혀졌던 적이 있었죠.

중국의 ‘사회신용제도’ 또한 중국 토종 닷컴 기업들의 도움을 받아 온라인 신용 데이터를 관리하는 전 국민 데이터베이스 체제로 알려져 있습니다. 코로나19 국면에서는 중국 정부가 후베이성에 거주하는 6,000만명에 달하는 인구 관리를 위해 위챗 등 닷컴의 도움을 받아 주민들의 코로나 확진 노출 위험군 정도를 녹·황·적의 스마트폰 관리 코드로 달리 매겨 이들의 거주 이동의 자유를 엄격히 통제해오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 정도로 일상 속에서 민관 합동의 체계화된 통제 시스템을 아직 갖추지는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국내 방역법에 따르면 감염병 재앙 상태에서는 중앙·지자체 정부 모두 감염자는 물론이고 감염 의심자나 접촉 의심자, 자가 격리자까지 신용카드 사용명세, 진료기록부, CCTV 기록, 휴대전화 기록, 상세 위치정보 등을 합법적으로 폭넓게 강제 수집하고 활용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됩니다.

현재 방역 당국은 기술적으로 현재 통신사, 신용카드사, 경찰 시스템을 연계한 감염자 위치정보 파악 시스템을 개발해 수 분 내에 확진자 동선을 파악할 수 있는 분석 능력까지 갖추고 있다고 합니다. 팬데믹 이후 일상으로 돌아갔을 때 민관 합동 데이터 분석과 위치추적 시스템의 통합 체제의 운명이 어찌 될지 궁금해집니다.

-감염병 확산 등 예외적인 상황, 예를 들면 국가 안전이나 생명 안전 등 명분이 있으면 어느 정도 개인정보 취득이나 활용 등 프라이버시를 희생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하셨는데요. 이런 경우라도 적정 수준에 대한 가이드라인이나 개인 인권보호 등의 원칙은 지켜 져야할 것 같습니다.



△감염병 확산이란 예외 상태로 말미암아 일부 권위주의 국가들의 통치권자들은 시민들에 대한 폭정과 감시에 대한 명분을 획득하고 있습니다. 우리 국민 생명 보호와 안전 논리가 사회 유지의 절대 명제가 돼버리면 설사 어떤 장치와 제도의 도입이 인권 침해 소지를 지닌다 하더라도 이를 묵인하거나 필요악으로 여기는 경우가 쉬 발생할 수 있습니다.

우리의 경우 방역 당국은 초기 확진(혐의)자 정보 오남용 등 혼선에 비해 다행히 현재 개인정보 취급 관련 최소 가이드 라인을 마련했습니다. 하지만 팬데믹 상황에서 보다 명시적인 방식으로 시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개인정보 보호 원칙들이 구체적으로 마련되어 공포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가령 우리의 경우 이미 많은 것들은 이미 잘 이뤄지고 있기도 하지만 적어도 감염 재난 특별 조치나 명령 발동의 경우에 그 범위나 시기 제한을 명시하고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종료할 것, 확진자와 사망자 등 감염 통계 정보를 정확하고 투명하게 공개할 것, 감염 정보 수집의 목적 제한의 명시와 함께 개인정보 수집과 활용의 ‘최소주의’ 원칙을 지킬 것, 감염(의심)자의 민감한 개인 식별 정보를 공개하거나 누출하지 않을 것, 감염 위기 종료시 개인정보를 완전 파기할 것, 보편적 인권 침해의 소지가 큰 감시기술 도입의 경우에는 프라이버시 혹은 정보 인권 전문가를 포함한 관련 감독기관의 안전 지침 아래 제한적으로 활용할 것 등등을 명시한 감염병 상황 아래 개인정보 보호 원칙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국가 감시체계나 기술적인 감시사례는 매커니즘을 상호 참조하며 학습하는 경향이 있고 점점 강화된다는 점에서 권위주의 국가시스템과 결합하면 우려가 된다고 지적하셨습니다. 중국이 한국의 인터넷 실명제를 벤치마킹해서 SNS 본인 확인제를 도입한 사례를 드셨습니다. 또 각국의 정치, 사회 시스템에 정착시키면서 더 악화 되는 형태로 바뀔 수 있다고 우려하셨는데요.

△백신이 아직 없는 세계에서 기술 감시의 경우 다른 국가의 방역 성공 모델이나 기술적 ‘선례’의 상호 참조나 학습이 더 왕성하게 일어날 수 있습니다. 홍콩 자치정부는 한국보다 먼저 자국에 입국하는 모든 이들에게 전자 손목밴드와 스마트폰 위치 추적 앱을 의무화했습니다. 우린 자가격리자 중 이탈자에 이를 참조해 ‘안심 밴드’라는 신체 추적 장치를 만들어 적용 중입니다.

이탈리아, 프랑스 등은 기본권 침해 소지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효과적 방역 선례를 학습해 스마트폰 위치정보를 활용한 감염자 동선 파악 방식을 적극 모색하고 있습니다. 기술감시는 당연히 각국의 정치 민주주의 성숙도, 기술 인프라 수준, 국가별 방역의 사회적 변수 등이 다르면 그 효과 또한 다를 수 있습니다.

우리의 성공적 방역 추적기술의 선례를 타국의 시민들에게 가져오면서 어떤 국가에서는 그들의 후진적 정치문화로 인해 그 감시기술이 시민 정보 인권에 지독한 족쇄가 될 수도 있다고 봅니다. 예컨대 역사적으로 우리의 이젠 사라진 ‘인터넷 실명제’ (제한적 본인 확인제)를 중국이 참조했지만 이는 더 악화된 방식으로 재구축됐던 기술 선례라 볼 수 있습니다.

이광석 서울과학기술대학교 IT정책전문대학원 디지털문화정책 교수/오승현기자


-코로나 19에 대한 정부의 대응방식이 성과를 내면서 해외 언론에서 호평하고 우리 국민의 신뢰도 얻었습니다. 이에 포스트 코로나 시대엔 우리 뿐만 아니라 각국 정부의 감시와 통제 역할이 더 가속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실제 전통적으로 개인의 자유를 중시했던 유럽 국가들이 확진자를 추적하는 앱을 내놓는 등 한국의 사례를 따라가려는 움직임이 나오고 있습니다.

기술의 발달에 따른 영향도 있지만 코로나 19를 계기로 앞으로 공공이나 민간의 개인정보의 수집과 활용 범위가 더 넓어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정부의 역할도 더 커질 수 있을 것 같구요. 하지만 ‘강한 정부’ 는 권력 남용과 민주주의의 위기 등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국가 감시와 통제(또 민간 기업의 정보 수집과 활용)가 개인의 권리와 자유를 침해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포스트 코로나 시대 국내 경기 부양을 위해 정부의 ‘비대면·디지털 SOC’에 기댄 ‘한국형 뉴딜’ 사업의 윤곽이 속속 드러나고 있습니다. 정부는 그 핵심으로 시민들의 개인 의료기록 등 민감한 프라이버시 정보의 기업 활용 활성화 등 개인정보의 무분별한 규제 완화를 논합니다.

감염병 재난이 오히려 우리 정부와 기업들에 폭넓은 개인정보 수집과 활용에 대한 명분과 욕망을 주고 있는 꼴입니다. 코로나19 확산 국면 생명 안전의 대의에서 이제 경기부흥의 국가 논리로 자연스레 이동하면서 비상 시국 때 임시로 적용했던 프라이버시 민감 기술들이 우리 사회의 새로운 사회 인프라로 들러붙을 공산이 커졌습니다.

기술은 법 제도와 달라서 한번 한 사회에 착근되면 그로 인해 큰 물리적 사고만 없다면 일상으로 스며들고 인공 ‘환경’이 되어서 사후에 뒤바꾸기가 어려운 속성을 지닙니다. 우리네 정보 인권 침해가 그 어떤 나라에 비해서도 심각한 수준인데도, 시민들의 기술 비판이나 저항이 약한 것은 이런 비가시적인 권력 속성에 크게 기인합니다. 우리 사회는 성장숭배와 함께 고도의 디지털 기술 인프라를 얻는 대신에, 그에 합당한 기술민주주의적 가치를 확보하는 노력은 늘 후 순위로 밀렸습니다.

그렇다면 적어도 ‘디지털 뉴딜’의 진행 방향은 정보 인권 상황을 해치고 악화하는 쪽으로 가선 곤란합니다. 물리적 거리 두기로 다친 많은 시민들을 사회적으로 결속하고 연대할 수 있는 쪽으로 기술의 방향을 재조정해야 한다고 봅니다.

/탐사기획팀=김정곤기자 mckid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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