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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수 할머니 “정대협, 무슨 권리로 위안부 피해자 이용하나”

“생각도 못한 문제들은 검찰이 맡아야 할 것”

“정대협이 모금 왜 하는지 모르고 끌려 다녀”

“정대협, 한 번도 할머니들 증언 받은 적 없어”

“윤미향, 내게 큰 소리로 기자회견 하라고 해”

“윤, 갑자기 찾아와 무릎 꿇으며 용서해달라고”

25일 대구 인터불고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정의기억연대 문제와 관련해 두번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대구=이호재기자




정의기억연대(이하 정의연)의 회계 불투명성을 지적하며 수요집회 불참을 선언한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92) 할머니가 2차 기자회견을 열고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현 정의연)가 모금을 왜 하는지 모르고 끌려 다녔다”고 밝혔다. 최초 기자회견 후 18일 만의 일이다.

25일 오후 2시 30분께 대구 수성구 만촌동 인터불고호텔에서 개최된 두 번째 기자회견에서 부축을 받으며 등장한 이 할머니는 “(공장에 다녀온) 정신대와 위안부는 다르다”며 입을 열었다. 그러면서 “1992년 6월 25일에 (피해자로) 신고를 할 때 윤미향은 간사였다. 교회에 갔더니 (정대협 측에서) 돈을 주는데 무슨 돈인지도 몰랐다”며 “왜 모금을 하는지도 모른채 농구경기 등 모금에 따라 다녔다”고 말했다. 이어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는 정신대를 위한 기관인데 무슨 권리로 위안부 피해자를 이용하냐”고 비판했다.

이 할머니는 일본군 위안부로 강제동원돼 고통받았던 과거를 회상하며 “할머니들이 어디 다녀왔는지 (정대협이) 밝혀줘야 하는데 한 번도 할머니를 앉혀서 증언 한 번 받은 적이 없다”고도 말했다. 이어 “할머니들이 모여서 노는데 (정대협이) ‘어디 갔다 왔느냐’고 묻더니 그 내용으로 1993년부터 책을 팔았다”고 부연했다. 정대협과 정의연이 발간한 증언집이 제대로 된 절차를 거쳐 서술된 것이 아니라는 지적이었다.

또 이 할머니는 윤 당선자의 국회의원 비례대표 후보 출마에 대해서는 “30년을 같이 했는데 한 마디 말도 없이 (운동을) 팽개쳤다”며 “세계 많은 사람들이 집회에 나오는데 그 사람들도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윤 당선자가) 행동했다”고 꼬집었다. 이어 최초 기자회견을 하게 된 경위에 대해서도 “윤 당선자에게 전화를 걸어 ‘이건 아니지 않는가’라고 말했더니 큰 소리로 당당하게 ‘기자회견을 하라’고 하기에 열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25일 대구 인터불고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정의기억연대 문제와 관련해 두번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대구=이호재기자




하지만 이 할머니는 이번 폭로가 위안부 운동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님을 분명히 했다. 이 할머니는 “데모 방식을 바꾼다는 것이지 끝내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학생들이 결국은 그 나라 주인”이라며 “일본이 왜 사죄와 배상을 해야 하는지 한국과 일본 학생들이 교류를 통해 배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이 할머니는 “한일 위안부 강제연행의 피해자는 국민 모두”라며 후대를 위한 역사 교육을 철저히 할 것을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1차 회견이 있었던 대구 남구의 한 찻집에서 개최될 예정이었지만 회견 약 1시간을 앞두고 장소가 변경됐다. 오전 7시부터 10여 명의 기자가 해당 찻집 앞에서 기다리는 등 많은 취재진이 몰렸기 때문이다. 회견 시작 전 진행자는 “할머니가 92세의 고령이라 작은 일에도 놀라신다”며 “빠른 시일 내에 일상으로 돌아가실 수 있도록 지나친 취재경쟁은 삼가 달라”고 취재진에게 당부하기도 했다.

한편 이 할머니가 참석을 요구했던 윤미향 더불어시민당 당선자(전 정의연 이사장)는 이날 회견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앞서 지난 19일 윤 당선자는 대구 중구에서 이 할머니를 만나 무릎을 꿇고 사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두 사람이 화해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지만 이 할머니 측은 사실이 아니라고 정정했다. 대신 이 할머니는 윤 당선자에게 “수일 내로 기자회견을 할 테니 그때 내려와”라고 말했다고 전해졌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 할머니는 지난 19일에 윤 당선자와 있었던 일을 언급하며 “문을 열어달라고 해서 열어주니 윤미향 씨가 들어왔다”며 “너무 놀라서 넘어갈 뻔 했다. 뭐든 갖고 와야 용서를 할 것 아니냐”고 말했다. 윤 당선자를 용서할 마음이 없다는 것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 할머니의 2차 기자회견은 지난 7일 이 할머니가 “성금·기금 등이 모이면 할머니들에게 써야 하는데 할머니들에게 쓴 적이 없다”며 정의연을 비판한 지 18일 만에 열렸다. 이 할머니의 최초 폭로 후 정의연은 논란의 중심에 섰다. 정의연의 회계 불투명성, 안성 쉼터 고가 매입, 윤 당선자의 개인계좌 모금 등 많은 의혹이 연일 보도됐기 때문이다. 여러 시민단체가 윤 당선자와 정의연 전·현직 이사진을 업무상 배임, 기부금품법 위반 혐의 등으로 고발해 검찰 수사도 시작된 상황이다. 검찰은 지난 20일과 21일 두 차례에 걸쳐 정의연 사무실과 마포 쉼터를 압수수색했다.
/김태영기자 young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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