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7석 거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103석의 미래통합당(미래한국당 합당 가정)이 법안 처리의 힘을 쥔 17개 상임위원장과 상설특별위원회인 예산결산특별위원장 자리를 두고 맞붙는다. 여야는 상임위원장 중에서도 ‘갑’으로 불리는 법제사법위원장과 예결위원장을 두고 쟁탈전을 벌일 전망이다.
26일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만나 21대 국회 전반기 원 구성 협상에 착수한다.
양당 원내수석부대표는 국회법 절차대로 21대 국회를 개원하는 데 최대한 노력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국회법에 따르면 국회의장단은 6월 5일까지, 상임위원장은 6월 8일까지 선출해야 한다. 상임위원장을 못 정하고 상임위원도 배정하지 못하면 국회가 법안을 논의할 수 없다. 여야의 협상에 따라 21대 국회에서 산적한 법안 처리가 늦어질 수 있다.
이미 177석으로 국회 과반을 차지한 민주당이 기선 제압에 나선 상황이다.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이 별도의 교섭단체(20인 이상)을 꾸릴 조짐을 보이자 이해찬 대표가 나서 “특단의 조치를 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이와 함께 “상임위원장을 표결에 붙이겠다”고도 밝혔다.
국회 본회의에 오르기 전에 법안의 세부 내용을 검토하는 상임위원회는 17개다. 여기에 특별위원회인 예결위원장까지 협상 대상이다. 상임위원장은 여야가 의석수 비율에 맞춰 배분하는 것이 관례다. 177석의 민주당은 11~12개, 103석의 통합당(합당 가정)은 6~7개로 배분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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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상임위 가운데서도 핵심인 법사위원장과 예결위원장이다. 두 곳 모두 20대 국회에서는 통합당이 위원장직을 맡았다. 민주당에서는 20대 국회에서 법사위와 예결위를 통합당이 독차지하고 국정의 발목을 잡았다는 시각이 팽배하다.
법사위는 다른 법안과 조화가 되는지 문제가 없는지를 판단하는 ‘체계·자구심사권한’이 있다. 각 상임위에서 법안을 통과해도 법사위가 이를 막을 수 있는 구조다.
예결위도 국가의 예산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한 경기 후퇴를 막기 위해 국가 채무를 늘려 돈을 쏟아부어 경기를 부양하는 쪽으로 방향을 정한 정부·여당은 반드시 예결위의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다. 김 원내대표는 아예 “모든 상임위원장을 갖겠다”고 기선제압에 나섰다. 국회법(제41조)에 따라 본회의에서 표결에 부치면 이론상 과반을 차지한 민주당이 17개 상임위원장을 모두 가져갈 수 있다. 다만 국정 파행은 불가피하다.
주 원내대표는 지난 24일 “행정부를 견제하고 감시하는 차원에서 보면 법제사법위원회와 예결위원회의 위원장을 전부 야당이 가져야 한다”고 견제구를 날렸다. 이 때문에 여야가 법사위와 예결위 등 일부 위원장 자리를 놓고 이견을 보임에 따라 협상이 지연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결국 싸움의 정점은 ‘법사위’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여당은 지난해도 예산안을 힘으로 통과시켰다. 예결위원장을 야당이 맡는다 해도 177석의 힘으로 누를 여지가 있다. 다만 법사위는 법안의 최종 심사를 하는 곳이다. 법사위원장이 거부할 경우 법안 처리를 예측하기 힘들다. 통합당 내에서는 177석 힘에서 밀려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 경우 법사위를 사수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통합당의 한 중진은 “(선택을 해야 한다면 ) 그래도 야당이 법사위를 가져가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만약 법사위원장을 가져오지 못할 경우 체계·자구 심사권 폐지를 주장할 가능성이 크다.
/구경우기자 bluesqua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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