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정부와 공공기관, 주류업체들이 우리 농산물로 만들어진 전통주 제조에 앞다퉈 나서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주류업계가 어려움을 겪는데다가 수입 주류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전통주 시장 활성화와 함께 국산 농산물 소비 확대, 주류산업 경쟁력 제고 등의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부산 기장군은 기장주민들로 이뤄진 기장발효연구회 등과 함께 지난 3월부터 지역 특산물인 미역과 다시마 등을 활용한 해조류 전통주를 개발 중이다. 기장군이 해조류 전통주 제조에 나선 것은 지역에서 생산되는 해조류 제품 대부분이 단순가공품이어서 품목 다양화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군은 최근 누룩과 쌀로 밑술을 빚고 생미역과 말린 다시마 가루를 첨가해 덧술을 담근 이후 발효와 저온 숙성한 뒤 150ℓ가량의 미역·다시마 전통주를 만들었다.
당초 시음회를 열어 숙성온도와 시간, 재료농도 배합 등 제조공정 등에 대한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었으나 코로나19로 인해 차질을 빚고 있다. 조만간 지역 행사 일정에 맞춰 시음 평가를 통해 개선점을 찾을 계획이다. 기장군 관계자는 “상품화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리지만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하는데 주력할 것”이라면서 “모든 재료를 지역 생산품으로 활용하기 때문에 상품화에 성공할 경우 지역 농·수산물 소비 촉진으로 농·어민 소득 증대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도도 경기쌀을 사용한 주류업체에 보조금을 지원하는 등 전통주 활성화를 꾀하고 있다. 경기도농업기술원은 전통주 연구를 전문적으로 담당하면서 영세한 양조장의 신제품개발과 컨설팅을 지원한다. 전통주를 개발해 민간기업에 기술이전도 하고 있다. 농업회사법인 술샘은 ‘홍국발효주 제조기술’을 전수받아 최근 신제품을 출시했다. 출시된 홍국막걸리는 혈중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효과가 있는 모나콜린K 성분을 함유한 전통주다. 강원도 역시 전통주 산업을 활성화하고 쌀 등 지역 대표 농산물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낙후한 소규모 전통주 제조·가공시설의 현대화를 지원하고 전통주 포장재 개선과 품질 관리 등을 돕고 있다.
전통주 활성화를 위해 제조 장인과 주류업체 간 협업도 이뤄지고 있다. 2017년 전통주 제조 업체인 제이엘(오미나라)을 설립한 이종기 전통주 명인은 최근 경북 문경에서 재배된 최고급 사과를 원료로 만든 전통주인 ‘혼(魂)’을 개발했다. ‘혼’은 3년이 넘는 연구 개발 과정을 통해 알코올 향은 최소화하고 증류주의 풍성한 풍미와 원재료에서 오는 산뜻한 향을 지녀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대부분의 증류주들과 차별화했다. 300일간 전통 항아리에서 1·2차 숙성 과정을 거쳐 주질의 완성도를 높이고 차원이 다른 부드러움을 느낄 수 있는 게 특징이다. 판매는 주류전문기업인 골든블루가 맡았다. 김동욱 골든블루 대표는 “우리 농산물로 만든 ‘혼’을 앞세워 증가하고 있는 수입 주류와 경쟁해 국내 시장을 지키는 한편 지역 농산물 소비 증진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전통주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총괄하는 전문지원기관 설립 움직임도 본격화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최근 전통주산업의 발전전략과 기관 설립 필요성, 전통주산업 발전을 위한 중장기 연구개발 방향 등을 과업을 담은 ‘전통주산업진흥원(가칭) 설립 필요성 및 마스터플랜 연구’ 용역에 착수했다. 아울러 농식품부는 일반 소주나 맥주 등과 달리 전통주는 온라인 판매가 가능하기 때문에 코로나19로 인해 ‘혼술’과 ‘홈술’이 늘어나는 흐름에 대응해 전통주 시장 규모를 키우기 위한 온라인 판매 기획전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주류 규제개선방안’도 전통주 산업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이번 방안에는 전통주 홍보관 등에서도 시음행사가 가능하며 제조장을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에게 판매하는 주류에 대해 주세를 면제하는 내용이 담겼다./부산=조원진기자 bscity@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