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텔레그램 성 착취물 공유방 시초격인 ‘n번방’ 사건에 범죄단체가입죄를 적용하는 것에 부정적 입장을 나타냈다.
경찰청 디지털 성범죄 특별수사본부 관계자는 28일 “n번방은 ‘박사방’과 비교해 조직적인 공모나 집단 범죄 정도가 약해 보이는 것이 사실”이라며 “검토는 하겠지만 현 수사 단계에서는 박사방처럼 (범죄단체) 개연성이 높다고 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박사방 유료회원 임모씨와 장모씨 등 2명은 형법상 범죄단체가입죄가 인정돼 구속된 바 있다. 구속된 2명은 박사방이 주범 조주빈(24·구속기소) 혼자 운영하는 공간이 아니라 일종의 역할과 책임을 나눠 맡는 체계를 갖추고 운영된다는 사실을 알고도 범죄자금을 제공하는 등 범죄에 가담했다는 점이 인정돼 범죄단체 가입 혐의가 적용됐다.
특별수사본부 측은 이날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의 휴대전화에서 유료회원 등 성범죄 피의자를 추가로 확인할 수 있는 단서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특별수사본부 관계자는 “암호를 해제한 조주빈의 휴대전화에서 범죄 수사 단서로 활용할 수 있는 사진과 동영상을 확인했다”며 “분석이 완료되면 박사방 사건 피의자·피해자 숫자가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조주빈의 범죄수익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지도 들여다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경찰은 15일 조주빈이 범행에 사용한 휴대전화 두 대 가운데 갤럭시 S9의 암호를 푸는 데 성공했다. 아이폰에 대해서는 암호 해제 작업을 계속 진행 중이다.
박사방 운영에 가담한 ‘부따’ 강훈(18·구속기소)이 전날 재판에서 조주빈의 협박 때문에 범행을 저지르게 됐다고 말한 것과 관련해서는 “경찰 조사에서도 그런 진술을 했지만, 적극적인 행위를 한 공범 관계라고 보면 될 것 같다”고 일축했다.
한편 경찰은 지난해 초 부터 지금까지 디지털 성범죄 594건에 연루된 664명을 검거해 86명을 구속했다. 대부분이 박사방 사건을 계기로 올해 3월 25일 특별수사본부가 출범한 이후 검거·구속됐다.
경찰이 지금까지 확인한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는 536명이다. 이중 482명의 신원이 특정됐다. 경찰은 조사를 마친 473명에 대해서는 신변 보호·경제 지원 등을 해줬다. 피해자 중에는 피의자로부터 보이스피싱과 성 착취를 동시에 당한 경우도 있다고 경찰은 전했다. 디지털 성범죄 피의자와 피해자는 모두 정보통신 기술에 익숙한 10∼20대가 압도적으로 많다.
경찰청은 올해 말까지 특수본을 계속 운영하면서 성 착취물 소지자 등을 추적하기로 했다. 일본 성인물(AV) 등 성적 영상물을 시청하는 것도 처벌 대상이냐는 물음에는 “상업적인 목적으로 성인의 동의를 받고 촬영한 영상물을 보는 것은 처벌 대상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한동훈기자 hoon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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