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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사상최대 2조弗 부양책…'만장일치' 가능할까

회생기금 3분의2 '보조금' 지원

네덜란드 등 4개국 반대 여전해

최종합의 도달까지 진통 불가피

수혜 기대 伊·스페인 등 남유럽

국채 금리 4월이후 최저치 기록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타격을 극복하기 위한 유럽연합(EU)의 초대형 부양책이 두 달간의 진통 끝에 베일을 벗었다. 7,500억유로(약 1,020조원) 규모의 회생기금과 1조1,000억유로 규모의 장기예산을 합쳐 약 2조달러(2,500조원)에 달하는 계획이다. 일단 시장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네덜란드를 중심으로 한 북유럽 4국의 반발이 여전한 만큼 EU 국가들이 만장일치에 이르기에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EU 행정부 수반 격인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27일(현지시간) 유럽의회에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제안을 공개했다. 코로나19로 가장 심각한 피해를 본 회원국의 신속한 회복을 돕기 위한 것으로 EU 집행위가 높은 신용등급을 이용해 금융시장에서 돈을 빌린 뒤 회원국에 지원하는 방식이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EU가 중대한 위기를 맞은 만큼 이를 극복하고 강해지려면 비상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제안의 핵심은 보조금지원책이다. 회생기금 규모의 3분의2에 달하는 5,000억유로가 책정됐다. 나머지는 대출 형식으로 지원이 이뤄진다. 지원금 중 상당액은 타격이 가장 큰 이탈리아와 스페인에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통신은 두 나라가 받을 수 있는 보조금과 대출을 합치면 총 3,130억유로 정도 된다고 분석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이 27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 위치한 유럽의회에서 EU 회생기금 조성안을 발표하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EU 집행위의 이 같은 계획이 실행되면 EU 역사상 최대 규모의 부양책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기금과 함께 EU의 장기 예산안 규모도 오는 2021년부터 7년간 1조1,000억유로로 커진다. WSJ은 “EU가 승인할 경우 이번 부양책은 지난 2010년 유럽 재정위기에도 달성하지 못한 수준으로 EU의 경제적 통합이 강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계획은 독일과 프랑스의 공동제안을 따른 것이다. 지난달 초 유럽 국가들은 장기예산안 조정과 회생기금 설치에 합의했지만 구체적인 지원방식을 놓고 분열을 빚어왔다. 보조금 지원에 반대하던 독일이 입장을 바꿔 프랑스와 함께 5,000억유로 규모의 기금 조성을 제안하면서 기류가 뒤바뀐 것이다. 이는 그동안 유로존 공동채권 발행에 반대하며 대출 지원을 주장하던 독일이 한발 물러선 것으로 획기적인 제안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다만 네덜란드를 비롯한 북유럽 4개국의 반대가 변수로 남아 있다. 일명 ‘검소한 4개국’으로 일컬어지는 오스트리아·네덜란드·스웨덴·덴마크는 어떤 지원도 공동채무로 이어져서는 안 되며 보조금이 아닌 대출 형태가 돼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스테판 뢰벤 스웨덴 총리는 “이번 부양책으로 스웨덴의 EU 재정 부담이 크게 늘어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기금 조성을 위해서는 EU 27개국 회원국이 모두 동의해야 하고 유럽의회의 비준도 필요한 만큼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다음달 19일 정상회의를 열 것이라고 밝혔지만 한 달도 안 돼 만장일치를 이끌어내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다음 EU 정상회의에서 타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2021년 1월1일 발효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일단 시장은 EU 측 제안에 대해 코로나19의 타격이 극심한 남유럽 위기 해소에 긍정적일 것이라는 반응을 나타냈다. 이날 채권시장에서 이탈리아 10년물 국채금리(수익률)는 4월 이후 최저치인 1.496%로 하락하며 안정세를 보였다. 스페인과 그리스 국채금리도 3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WSJ는 전했다. 이날 유럽증시도 일제히 상승했다. 범유럽지수인 유로 Stoxx 50지수는 1.73% 오른 3,051.08로 거래를 종료했다. 독일 DAX지수와 프랑스 CAC40지수도 각각 1.33%, 1.79%씩 올랐다. /김기혁기자 coldmet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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