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28일(현지시간)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을 위한 표결을 강행하며 미국과의 갈등 수위가 한층 높아진 가운데 홍콩 역외시장에서 위안화 가치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간 위안화 급락의 기준선으로 여겼던 ‘포치(위안화 환율이 1달러당 7위안을 넘는 상황)’를 넘어서 위안화 환율이 달러당 7.4위안까지 돌파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며 또다시 미중 ‘환율전쟁’이 본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이날 블룸버그에 따르면 홍콩 역외시장에서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은 오후2시를 기준으로 7.1841위안을 기록하고 있다. 전날 밤 달러 대비 위안화는 장중 0.7% 급등한 7.1964위안까지 치솟았다. 이는 지난 2010년 홍콩 역외시장이 개설된 후 가장 높은 수치이며 미중 환율전쟁이 고조됐던 지난해 9월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중국 역내시장에서도 27일 위안화 환율은 달러당 7.1775위안까지 올랐다.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이 오른 것은 그만큼 위안화 가치가 하락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위안화 환율 급등은 중국의 홍콩 보안법 제정을 계기로 미중 간 전면적 충돌 우려가 높아지며 시장의 불안감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로이터통신은 “세계 2대 경제대국의 갈등 고조가 위안화 환율에 상당한 압력을 가했다”고 전했다. 시장에서 안전자산인 달러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며 상대적으로 달러가 강세를 나타내는 것이다.
최근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이틀 연속 기준환율을 12년 만에 최고치로 올린데다 역외시장에서도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이 치솟자 미중 간 ‘환율전쟁’이 재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 양국 간 무역전쟁이 고조됐을 때 중국 정부가 ‘포치’를 사실상 용인하자 미국 정부는 8월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했다. 가오 치 스코샤은행 통화전략가는 “미중 무역분쟁이 계속되는 한 인민은행은 위안화 가치 절하를 계속 용인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위안화 가치가 낮아지면 중국산 제품은 상대적으로 가격경쟁력을 갖추게 되며 해외 수요를 증가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달러당 위안화 환율이 7.4위안까지 오를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마크 챈들러 배넉번글로벌포렉스 시장전략가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미중) 갈등이 향후 몇 개월 안에 완화하지 않을 것”이라며 위안화 환율이 더 치솟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이 같은 상황은 단순히 위안화를 넘어 동아시아 국가를 포함한 신흥시장에까지 ‘스필 오버(다른 국가까지 파급효과가 퍼지는 현상)’를 발생시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전희윤기자 heeyou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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