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롯데콘서트홀이 유튜브를 통해 진행한 오르가니스트 신동일의 무관객 온라인 공연은 많은 이들의 귀와 눈을 사로잡았다. 실시간 채팅 창에는 파이프 오르간이 뿜어내는 웅장한 음색에 매료된 감상평이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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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기의 제왕, 그 심장에 선 남자
차가운 금속으로 뜨거운 감동을 빚어내는 ‘악기의 제왕’ 파이프 오르간. 그 웅장한 겉모습 뒤에는 수천 개의 금속 파이프가 들어선 또 다른 세상이 존재한다. 거대하고 복잡한 오르간의 내부는 흡사 은빛 대나무 숲을 연상케 한다. 관객들에게 이 ‘제왕’이 뿜어내는 천상의 소리를 전하는 이가 연주자라면, 그 거대한 심장 곳곳을 누비며 최상의 소리를 찾아내는 것은 파이프 오르간 빌더의 몫이다. “조율을 거쳐 만들어낸 완벽한 화성만큼 매력적인 게 없다”는 안자헌 파이프 오르간 빌더를 롯데콘서트홀에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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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0개 파이프 숲서 최고의 소리를
인사를 나눈 뒤 안자헌 빌더가 기자를 데리고 간 곳은 이날의 일터, 콘서트홀에 설치된 오르간 내부다. 가로 12m, 세로 3m, 높이 12m 오르간 뒤에 펼쳐진 아파트 3층 규모의 공간이다. “콘솔(연주대)에서 건반을 누르면 파이프의 마개가 열리고, 이 저장소에 모아둔 바람이 관을 통해 전달되면서 소리가 나는 거죠.” 작은 체구의 안 빌더는 오르간 내부로 들어서자 밖에서 보였던 모습과는 다른 카리스마를 내뿜으며 미로 같은 공간을 자유로이 헤엄쳐 다녔다. 제대로 된 소리를 내기 위해서는 오르간 뒤의 바람 저장소와 음색 조정장치, 파이프 등이 유기적으로 움직여야 하는데, 이 모든 과정을 점검하는 게 빌더의 역할이다. 복잡한 장치들과 5,000여 개 파이프를 움직이는 ‘악기 속의 또 다른 지휘자’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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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간의 음색을 사랑한 전자공학도
“오케스트라의 모든 음색을 표현할 수 있는 악기가 바로 파이프 오르간입니다.” 안 빌더가 이 일에 종사하게 된 이유도 바로 그 ‘음색’ 때문이었다. 전자공학을 전공한 그는 웬만한 대기업 취직 기회를 마다하고 작은 전자오르간 회사를 택했다. “어릴 때 독학으로 풍금을 익혀 교회에서 반주했는데,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오르간에 관심이 생겼어요. 좋아하는 일과 전공을 함께 살릴 수 있는 일이 뭘까 고민하다 선택한 게 전자오르간이었죠.” 일을 할수록 ‘진짜’에 대한 호기심과 도전 의식은 커져만 갔다. 결국 그는 서른넷이라는 적지 않은 나이에 독일 유학길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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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간의 독일 유학, 마이스터가 되다
3년 반의 전문학교 과정을 마친 뒤 그는 악기 기능사인 ‘게젤레’(Geselle) 타이틀을 얻었다. 타이틀을 보유하면 대부분은 악기 회사에서 제작 인력으로 일하지만, 안 빌더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내 이름으로 된 오르간을 만들고 싶었다”는 그는 5년에 걸친 마이스터 과정에 돌입했다. 마이스터가 되려면 전문학교 졸업장 외에도 관련 직장에서 4년의 경력이 필요했다. “당시 독일에 있는 오르간 관련 회사 200곳 중 50군데에 원서를 냈어요. 그중 한 곳의 사장님이 주 정부 주지사에게 편지까지 보내 설득한 끝에 6개월 만에 비자를 받아냈어요. 정말 고마운 분이죠.” 4년의 현장경험 후엔 다시 학교에서 1년간의 마이스터 과정 준비가 기다린다. 음향학·공기역학·교회 건축사 등 이론부터 경영·노동교육학, 그리고 실제 파이프 오르간 설계와 제작에 이르는 실습까지 모든 시험을 통과한 끝에 비로소 ‘장인’의 자격을 손에 쥐었다. 이 긴 과정을 통과해 ‘파이프 오르간 마이스터’ 직함을 거머쥔 한국인은 안 빌더를 포함해 단 네 명이다. 조율, 제작, 설치, 그리고 교육에 이르는 모든 자격을 인정받은 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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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간의 완벽한 화성 자체에 매력
9년의 독일 생활을 마치고 2001년 귀국한 뒤로는 국내 파이프 오르간 40여 개를 전담 관리하고 있다. 이 중 십여 개는 설치 작업에 참여했고, 두 개의 오르간은 직접 제작했다. 안 빌더는 “파이프 오르간은 건축의 일부분”이라며 “설치 공간의 음향적 특성을 고려해 설계해야 하기에 까다롭다”고 설명했다. 특히 온도에 따라 음색이 달라지는 만큼 “오르간 빌더 입장에선 온도가 1년 365일 다 똑같았으면 좋겠다”고 웃어 보였다.
파이프 오르간의 정수를 느낄 수 있는 곡은 뭘까. 기자의 물음에 안 빌더는 솔직한 답변을 내놓았다. “형편없는 오디오라도 곡 자체에 매력을 느끼는 사람이 있고, 곡보다는 소리 자체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는데 저는 후자예요. 공연장에서 명곡을 듣다가도 지루해서 오르간 파이프 개수를 세는 사람도 많이 봤는걸요(웃음). 조율하다가 한두 개 음색만으로 완벽한 화성을 만들어낼 때, 저는 그게 그렇게 좋더라고요.” ‘완벽한 화성’을 떠올리는 그의 얼굴에서는 풍금 앞에 마주앉은 소년의 설렘이 느껴졌다. /송주희기자 ssong@sedaily.com 사진=성형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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