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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도 펠로시도…트럼프 '성경 이벤트' 맹비난

종교계 "교회를 허락없이 이용했다"

펠로시는 성경 구절 인용하며 비판

2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 인근 세인트 존 폴 2세 국립 성지를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그의 부인 멜라니아 트럼프가 성지 안에 있는 동상 앞에서 사진을 찍은 뒤 성지를 떠나고 있다./AP연합뉴스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에 항의하는 시위에 대해 강경 진압 방침을 천명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일 종교 시설을 찾고 있다. 이를 두고 종교계 및 정계에서는 시위대의 분노를 무시한 ‘사진 찍기용’ 이벤트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낮 백악관 인근의 천주교 시설인 세인트 존 폴 2세 국립 성지를 방문했다. 이곳은 ‘평화 전도사’로 평가받는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에게 헌정된 시설로 2014년 국립성지로 지정됐다. 이곳을 찾은 트럼프 대통령은 별도의 연설 없이 화환이 걸린 교황 동상 앞에서 사진만 찍고 묵념한 뒤 돌아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에도 ‘대통령의 교회’로 불리는 백악관 인근 세인트존슨 교회를 찾아 성경을 든 채 사진만 찍었다. 특히 방문 과정에서 평화롭게 시위를 벌이던 시위대에 최루탄을 쏘고, 시위대가 해산된 틈을 타 교회로 걸어가는 모습을 보여 논란이 일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행보가 ‘사진 찍기용’이라는 비판이 이어지자 캘리앤 콘웨이 백악관 선임고문은 “누군가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그 의도를 추측해야 한다”고 일축했다.

특히 종교계는 당황스럽다는 반응이다. 워싱턴DC대교구의 월턴 그레고리 대주교는 이날 트럼프의 성지 방문으로 당황했다면서 “가톨릭 시설이 우리의 종교적 원칙에 어긋나는 방식으로 오용되고 조작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문에 종교적 의미가 담겨있지 않다는 것이다. 전날 성공회 워싱턴교구의 매리앤 버디 주교도 “대통령이 예수의 가르침 및 우리 교회가 대변하는 모든 것에 반대되는 메시지를 위해 유대교와 기독교의 가장 성스러운 텍스트인 성경과 교회를 허락 없이 배경으로 썼다”고 일침했다. AP통신 역시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하는 사람들이 대통령이 당파적 목적을 위해 종교적 상징을 잘못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낸시 펠로시 미국 민주당 하원의장이 2일(현지시간) 미국 국회의사당에서 성경을 읽으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성경 이벤트’를 비판하고 있다./UPI연합뉴스


정계도 비판 대열에 합류했다. 오는 11월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할 민주당 소속의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전날 시위대에 최루탄을 쏜 뒤 교회를 방문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를 겨냥해 “고귀한 교회에서 사진 찍을 기회를 만들기 위해 최고사령관의 권한을 남용했다”며 맹비난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기념 사진 촬영 때 손에 들었던 성경을 언급하며 “나는 그가 이(성경)를 브랜드화하는 대신 가끔 펴보기를 원했다. 그랬다면 뭔가를 배웠을 것”이라며 비꼬았다.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 역시 2일 미 의회에서 전도서 3장의 구절을 거론하며 “우리는 미국의 대통령이 불길을 부채질하는 사람이 아니라 치유의 사령관이었던 많은 전임자의 뒤를 따르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도서 3장은 만사에 다 때가 있어서 사랑할 때가 있고 미워할 때가 있으며 전쟁할 때가 있고 평화할 때가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곽윤아기자 or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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