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남북 간 모든 연락선을 중단한 가운데 유엔군사령부의 연락은 받아 대조를 보였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겉으로만 한미 군사훈련을 싸잡아 비난하면서 이른바 ‘통미봉남(通美封南)’ 전략을 암시해 우리 정부를 당장 압박하려는 의도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9일 유엔사 등에 따르면 유엔사와 북한군은 이날 판문점에 설치된 직통전화로 일상적인 통신점검 등을 했다. 직통전화기는 판문점 남측 유엔사 일직 장교 사무실과 북측 판문각에 각각 설치됐다. 유엔사 군사정전위원회는 북한군과 하루 두 차례 통화한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한국과 관련한 연락선만 봉쇄한 채 자신들의 최대 관심국인 미국과의 연락선을 유지하려는 게 아니냐는 추정이 나왔다. 유엔사는 표면상 21개국 다국적군으로 구성돼 중립기구 형태를 띠지만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이 사령관을 겸하고 있어 사실상 미군 주도 조직으로 분류된다.
다만 유엔사와 북한 간 직통전화 역시 언제든 불통으로 전환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만만찮게 제기됐다. 북한이 지난 2013년 정전협정 무효화를 선언하며 유엔사와의 직통전화를 일방적으로 단절한 바 있기 때문이다. 유엔사 직통전화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나 동·서해지구 군 통신선과 비슷한 시기인 2018년 7월 복원됐다. 유엔사는 직통전화 가동이 중단됐을 때 북한에 통지할 것이 있으면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내 군사분계선(MDL) 앞에서 확성기로 알린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