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가 10일 6·25전쟁 70주년에 맞춰 대규모 대북전단 살포를 예고한 탈북민 단체 2곳을 남북교류협력법 위반으로 고발하고 이 단체들에 대한 법인 설립허가를 취소하는 절차에 착수했다.
이날 통일부는 “두 단체(자유북한운동연합·큰샘)가 대북전단 및 페트병 살포 활동을 통해 교류협력법의 반출승인 규정을 위반했다”며 “남북 정상 간 합의를 정면으로 위반함으로써 남북 간 긴장을 조성하고 접경지역 주민의 생명·안전에 대한 위험을 초래하는 등 공익을 침해했다”고 밝혔다. 앞서 탈북민 출신인 박상학 대표가 이끄는 자유북한운동연합은 지난달 31일 대북전단과 소책자·지폐 등을 대형 풍선에 담아 북으로 보냈다. 이에 북한은 대북전단 살포를 남한 당국이 수수방관했다며 전날 청와대 핫라인을 포함한 모든 남북 연락 채널을 중단했다.
통일부의 이번 조치는 남한을 적으로 규정한 북한의 대화 복귀를 유도하기 위한 정부의 전략적 행보로 분석된다. 실제 정부·여당과 진보진영에서는 대북전단 살포를 중단하고 남북 대화 재개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은 이날 “이번 일은 대북전단 살포를 하지 않기로 했던 우리가 약속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며 “정부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미국에 사사건건 허락받으려고 해서는 안 된다”고 제언했다.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도 이날 열린 ‘포스트 코로나 시대, 한반도 정세와 평화 프로세스’ 포럼에서 “최고위급 특사를 파견해 북한의 호응을 유도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며 “형식과 의전, 장소 등과 관계없이 파격적인 정상회담을 열어 남북한의 신뢰 관계를 형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부가 그간 탈북민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막지 않다가 북한의 연락 채널 중단을 기점으로 물리력을 행사한 만큼 보수·진보 진영 간 ‘남남갈등’도 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보수 진영은 대북전단 살포 금지가 헌법이 보장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대북 굴종적 외교라고 비난하고 있다. 또 일각에서는 북한의 일방적인 연락 채널 차단에도 정부가 침묵을 지키면서 저자세 대북대응이 도마에 올랐다. 통일부는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저자세니, 고자세니 하는 감정적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발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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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미 국무부 대변인은 9일(현지시간) 북한이 전날 남북 연락 채널을 폐기한 데 대해 “최근 행보에 실망했다”고 밝혔다.
미 국무부가 북한의 대남정책에 실망이라는 표현까지 쓰며 남북관계 진전을 지지한다고 신속하게 입장을 낸 것은 이례적이다. 이는 남북 간의 긴장관계 고조가 북미관계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분석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재선을 앞두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실패와 백인 경찰의 강경진압에 사망한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 사건 등으로 국내 정치적으로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북한이 북미 비핵화 협상의 ‘레드라인(금지선)’인 핵 및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에 나설 경우 트럼프 대통령은 안팎으로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발신해 ‘북한 리스크’ 관리에 나선 것으로 관측된다.
/박우인기자 wi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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