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골육종으로 투병하다 숨진 쇼트트랙 국가대표 출신 고(故) 노진규 선수의 사망에 의사와 병원도 일부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악성 종양으로 의심되는데도 조기 진단을 위한 적극적 검사 방법을 설명·권유하지 않았기 때문에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 과실이 노 선수의 사망과 직접적 인과관계는 없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의정부지법 민사합의13부(최규연 부장판사)는 노 선수의 유족 3명이 의사 A씨와 B병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고 10일 밝혔다. 유족들은 치료비, 위자료로 각각 2,000만~1억5,000만원을 청구했지만 재판부는 위자료로 각 500만~2,000만원만 지급하도록 했다. 노 선수의 유족들은 A씨와 B병원이 세 차례 진단에도 불구하고 골육종을 발견하지 못해 조기 진단과 치료 받을 기회를 놓쳐 생존 기간이 단축됐다며 소송을 냈다. 골육종은 5년 생존율이 50~75%로 알려졌다. 전이를 차단하려면 조기 진단과 항암치료, 광범위한 절제술 등 적극적 치료가 필요하다.
노 선수는 지난 2013년 9월 개인병원에서 왼쪽 어깨뼈에 종양을 확인했다. 당시 양성인 거대세포종 의심 진단을 받았으나 악성인 골육종일 가능성도 있다는 설명을 들었다. 이에 한 달 후 B병원을 찾았고, A씨는 1차 진료에서 MRI 영상 판독 결과와 동료 의사들의 소견을 종합한 결과 악성일 가능성을 낮게 봤다. 소치 동계올림픽 후 수술을 하기로 했다. 노 선수는 국제대회 출전 후 통증이 심해져 2차 진료를 받았으나 이때도 양성인 거대세포종 진단을 받았다. 같은 해 12월 동계유니버시아드에 출전하는 동안에도 어깨가 부으면서 통증은 이어졌다. B병원에서 진료 결과 종양이 급격히 커진 사실을 확인했지만 A씨는 거대세포종으로 진단했다.
노 선수는 이듬해 1월 훈련 중 왼쪽 팔꿈치가 부러져 B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이 과정서 종양이 급격히 증가한 게 확인돼 C병원으로 옮겨 수술을 받았다. C병원 의료진은 종양 제거 수술 중 골육종을 확인, 어깨뼈 일부를 제거했다. 노 선수는 수차례 수술과 항암치료를 받았지만 2016년 4월 만 24세 나이로 숨졌다.
재판부는 세 차례 진료 중 3차 진료의 과실만 인정했다. 당시 종양이 급격히 커졌으니 골육종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조직검사를 하는 등 충분히 주의를 기울였어야 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진단과 치료가 적절했다면 노씨가 다소나마 더 생존했을 여지도 있었을 것”이라고 판시했다. 또한 “A씨가 악성 종양의 가능성을 인식하고 있었는데도 정확한 진단과 치료보다 노씨가 올림픽에 출전하는 데 우선순위를 두고 적극적인 조직 검사와 치료로 나아가지 않았다고 볼 여지도 있다”고 덧붙였다.
/박준호기자 violato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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