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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영웅이냐 인종주의자냐" 영국 뒤흔든 '처칠 논란'

동상에 '인종주의자' 낙서 후 불붙어

비판론자 "유색인종에 인조차별 일삼아"

옹호론자 "나치와 싸운 인물... 매도안돼"

윈스턴 처칠/플리커




‘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끈 위대한 영웅’ ‘영국 제국주의를 옹호한 인종주의자’

미국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 사망으로 촉발된 인종차별 항의 시위가 대서양을 건너면서 영국이 윈스턴 처칠 전 총리를 둘러싼 논란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시발점은 지난 6일 인종차별 항의 시위에 대열에 있던 한 참가자가 런던 의회 광장 앞에 서 있는 처칠의 동상에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 라고 쓴 종이를 붙이고 ‘인종주의자’라는 낙서를 하면서부터. 그는 처칠 전 총리에 대해 “영 연방의 식민주의를 옹호하기 위해 인종차별을 일삼았다”고 말했다. 2차 세계대전에서 처칠이 세운 공에 대해서도 “영 연방을 침입한 나치와 싸운 것이지 흑인이나 유색인종을 위해 싸운 게 아니다” 라며 “그는 순전히 식민주의를 위해 싸웠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서 한 영국 청년이 지난 6일 런던 의회 앞에서 ‘그는 인종주의자다’라는 낙서가 쓰인 처칠 동상 앞에인종차별 항의 시위를 하고 있다. /BBC 유튜브


이들의 주장은 처칠을 ‘전쟁에서 나라를 구한 구세주’라고 단순히 생각해서는 안되며 1940년대 이전 그의 행적들을 재평가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뉴욕타임스(NYT)는 “식민지에서 많은 사람들이 그를 악당으로 여기고 있으며 그의 언행은 비평가들에게 인종주의자라고 비판할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한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논란이 커지자 역사학계 일부도 거들고 시위대를 거들고 나섰다. 곧 출간될 ‘처칠의 신화’ 공동 저자이자 영국 엑시터대에서 역사학을 가르치는 리처드 토예 교수는 10일(현지시간) CNN에 쓴 기고문에서 처칠을 “틀림없는 인종주의자”라고 평가했다. 토예 교수는 “처칠이 중국인에 대해 ‘찢어진 눈과 돼지 같은 눈꼬리를 가진 사람들을 혐오한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인도인에 대해서는 ‘짐승과 같은 종교를 가진 짐승 같은 사람들’ 흑인에 대해서는 ‘백인만큼 유능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한 런던시민이 지난 6일 런던의회 앞에서 처칠 동상에 붙은 시위대의 항의 내용을 담은 종이들을 떼고 있다./AFP 유튜브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처칠은 2차 세계대전 패배의 위기에 처한 영국을 구한 영웅으로 칭송받는 인물로 2002년 BBC가 실시한 여론 조사에서 ‘국보’ 윌리엄 셰익스피어를 제치고 ‘가장 존경하는 인물’ 1위에 오르기도 했다. 그만큼 국민적 지지가 높다. 시위대가 동상을 훼손했을 때 많은 런던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청소를 하겠다고 나선 것이 좋은 예다.

처칠 옹호론자들은 2차 세계대전에서 보여준 처칠의 모습이 과거의 행적 때문에 묻혀서는 안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칼럼니스트 도미닉 로슨은 데일리메일 기고를 통해 “이날은 1944년 노르망디 상륙작전 기념일로 처칠이 영감을 주고 6년간 싸운 날”이라며 “인종차별 반대 운동을 하는 시위대가 이런 일을 벌인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의 칼럼니스트 션 오그래드도 “브리스톨에서 노예 무역업자인 에드워드 콜스턴의 동상이 내동댕이쳐진 것과는 달리 처칠은 명백히 국가적으로 존경받는 영웅”이라며 “한 인물을 평가할 때 그가 살았던 시대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송영규기자 sk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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