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택 화장실에서 숨진 채 발견된 정의기억연대(정의연)의 마포쉼터 ‘평화의 우리집’ 소장 손모(60)씨가 쉼터에서 머물던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의 계좌를 활용해 돈 세탁을 했으며, 할머니 가족이 이 문제를 제기하자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 7일 자신이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가족이라고 밝힌 네티즌 A씨는 손씨의 사망 소식을 전한 기사에 댓글을 남겼다. 그는 “이번 사건이 터지면서 저 소장님이 할머니 은행계좌에서 엄청난 금액을 빼내 다른 은행계좌에다가 보내는 등의 돈세탁을 해온걸 알게 됐다”며 “(손씨에게) 그 금액을 쓴 내역을 알려달라고 했더니 저런 선택을(했다)”고 적었다.
이어 “고인의 명복을 빈다”면서도 “이렇게 가시니 더 뒤가 구린 건 사실이다. 뒷배도 없이 그동안 그렇게 돈을 빼돌린 것도 아닐 테고”라고 주장했다. 또 “그 뒷배는 윤미향이겠고”라며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언급했다.
12일 조선일보에 따르면 온라인상에서 SNS 등을 통해 일파만파 퍼진 이 댓글은 최근까지 마포쉼터에 머물렀던 위안부 피해자 길원옥(92) 할머니의 손녀가 작성한 것으로 파악됐다. 길 할머니는 지난 11일 마포쉼터에서 거처를 옮겨 인천의 아들 집으로 향한 것으로 전해졌다.
길 할머니의 며느리 조모 씨는 최근 인터뷰에서 해당 댓글을 쓴 A씨가 자신의 딸임을 확인했다. 조씨는 지난 7일과 11일 두 차례 인터뷰에서 ‘딸이(A씨) 사실관계를 제대로 알고 댓글을 쓴 게 맞느냐’는 질문에 “알고 한 게 맞다”며 “(국가에서 위안부 피해자에게) 돈이 그렇게 많이 나오는지 몰랐다”고 대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씨는 소장 손씨가 숨지기 수일 전 “바르게 해야 한다. 바르게 하려면 때로는 뼈를 깎는 아픔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래도 바르게 해야 합니다”라고 문자 메시지를 보냈고, 이후 지난 6일 손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고 밝혔다. 그는 “막상 이렇게 되니 마음이 아프다”며 “사람이 죽었는데 제가 무슨 저기(비판)를 하겠나. 그냥 덮고 가겠다. 손씨가 딸처럼 어머니(길 할머니)에게 잘했던 것도 사실”이라고 전했다.
이에 익명을 요구한 정의연 측 관계자는 조씨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길원옥 할머니 아들이 소장님에게 돈을 달라고 요구해왔다”며 “소장님이 증거 자료를 다 모아두고 있었다. 길원옥 할머니가 돈을 주라고 이야기해 소장님이 돌아가시기 전 아들에게 수천만원을 건네 준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해명했다.
한편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생활 안정 지원 대상자’로 결정되면 정부로부터 4,300만원의 특별지원금을 일시금으로 받고, 매달 147만원의 지원금과 신청시 152만원의 간병비를 받는다. 길 할머니는 지난 2017년 국민 모금으로 조성된 1억원도 받았다. 그중 5,000만원을 정의연에 기부했는데, 그해 정의연 결산 서류 기부자 명단에 길 할머니는 없었다.
/조예리기자 sharp@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