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고작 24시간 동안 무려 3차례나 쉬지 않고 담화를 내며 한국을 압박하고 나섰다. 신뢰가 산산조각 났다더니 비핵화를 운운하지 마라고 하고, 이제는 김여정까지 직접 나서서 군대에 다음 행동을 넘겼다고 알렸다.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을 이틀 앞두고 평화 분위기를 자축하려던 우리 정부 입장에서는 진퇴양난의 상황에 빠졌다는 분석이다.
12일 밤부터 13일 밤까지 북한은 이례적으로 3차례나 담화를 냈다. 포문은 북한 장금철 노동당 중앙위원회 통일전선부장이 열었다. 그는 자신의 첫 개인 명의 담화를 통해 “남조선 당국에 대한 신뢰는 산산조각 났다”며 사실상 남북관계 파탄을 선언했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장 통전부장은 12일 밤 ‘북남관계는 이미 수습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제목의 담화를 내고 “이번 사태를 통하여 애써 가져보려 했던 남조선 당국에 대한 신뢰는 산산조각이 났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 정부의 대북전단 살포 대응을 비난하며 “이제부터 흘러가는 시간들은 남조선 당국에 있어서 참으로 후회스럽고 괴로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바통은 13일 오후 권정근 외무성 미국담당 국장이 받았다. 권 국장은 한국을 향해 “비핵화라는 개소리는 집어치우는 것이 좋다”며 “우리는 2년 전과도 많이 변했고 지금도 변하고 있으며 계속 무섭게 변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그는 “조미(북미) 사이의 문제, 더욱이 핵 문제에 있어서 논할 신분도 안 되고 끼울 틈도 없는 남조선 당국이 조미대화의 재개를 운운하는 말 같지도 않은 헛소리를 치는데 참 어이없다”고 주장했다.
쐐기는 김정은의 동생인 김여정이 박았다. 김여정은 13일 밤 담화를 내고 “위원장 동지와 당과 국가로부터 부여받은 나의 권한을 행사해 대적사업 연관 부서에 다음 단계 행동을 결행할 것을 지시했다”며 “다음번 대적행동의 행사권은 우리 군대 총참모부에 넘겨주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군대 역시 인민들의 분노를 다소나마 식혀줄 그 무엇인가를 결심하고 단행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군사 도발 가능성을 드러내놓고 표시한 것이다.
김여정은 “말귀가 무딘 것들이 혹여 ‘협박용’이라고 오산하거나 나름대로 우리의 의중을 평하며 횡설수설 해댈수 있는 이런 담화를 발표하기보다는 이제는 연속적인 행동으로 보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머지 않아 쓸모없는 북남공동연락사무소가 형체도 없이 무너지는 비참한 광경을 보게 될 것”이라며 “확실하게 남조선 것들과 결별할 때가 된듯 하다”고 부연했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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