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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안정은커녕...집값 상승·청약과열·공급위축 부작용만

[文정부 부동산정책의 모순]

<하> 분양가상한제 1년 '역효과'

상한제 언급하자마자 서울 매매·전세 '플러스'로 전환

1년간 서울 아파트 전세가 3.1%·강남4구는 4.7% 상승

청약 전국이 '광풍'...웬만한 가점으로는 당첨 쉽잖아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를 처음 언급한 것은 지난해 6월26일이다. 시장에서 상상하지 못한 초강력 카드인 상한제로 분양가를 낮춰 집값을 안정화한다는 목적에서다. 정부는 같은 해 8월 관련 법안을 입법예고 했다. 전문가들은 상한제에 대해 공급 위축에 따른 청약 과열, 신축 불패 재연, 전세가 상승 등 각종 부작용을 경고했다. 김 장관은 이에 대해 “공급물량이 충분하다”며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그로부터 1년이 흐른 지금 우려는 현실이 됐다. 한 예로 한국감정원 통계를 보면 상한제 언급 1년 전(2018년 7월2일~ 2019년 7월1일) 강남 4구 아파트 매매가는 -0.44%, 전세가는 -3.99%의 변동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상한제 언급 이후 1년간(2019년 7월1일~2020년 6월8일) 강남 4구 아파트 값은 0.7% 올라 플러스로 돌아섰고 전세가는 무려 4.65% 상승했다.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주택도시연구실장은 “분양가상한제는 지난 1977년 처음 도입된 후 주택경기에 따라 적용과 폐지가 반복됐는데 그간 사례를 보면 시장 안정효과는 미미했다”며 “오히려 신규주택 공급 위축으로 자산배분의 비효율성이 커지는 등 부작용이 많이 발생한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서초구 일대 아파트 전경


◇상한제 마법, 언급하자 서울 매매·전세가 플러스=사실 상한제 부작용은 정부의 지난해 6월 언급 이후 바로 시장에 나타났다. 한국감정원의 월간 아파트 값 통계를 보면 2019년 7월부터 서울 아파트 매매·전세가 모두 플러스 변동률로 돌아선 것이다. 2018년 ‘9·13대책’ 효과로 매매와 전세시장 모두 안정화하는 추세인데 상한제 언급이 집값과 전세가 상승의 불씨를 살린 것이다.

한국감정원 통계를 보면 상한제 언급 1년 전 서울 아파트 값은 1.07%, 전세가는 -1.93%의 변동률을 보였다. 이후 1년은 매매가 1.71%, 전세가 3.09%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전국 아파트 값은 1년 전 2.29% 하락했는데 이후 1년간 2.80% 상승했다. 한국감정원 전국 아파트 매매실거래가격지수는 지난해 6월 100.2였는데 올 들어서는 2월 기준 107.5까지 상승했다. 서울의 경우 상승세는 더욱 가파르다. 지난해 6월 서울 아파트 매매실거래가격지수는 119.1이었는데 올 들어서는 2월 기준 135.26까지 올랐다. 매매실거래가격지수는 실거래 가격이 얼마나 올랐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매매가는 그나마 2019년 나온 ‘12·16대책’의 영향으로 올 1·4분기 잠시 주춤했지만 전세가는 사정이 다르다. 상한제발 역효과 등이 겹치면서 2019년 7월1일 이후 주간 단위로 무려 49주간 연속 상승세를 타고 있다. 정부가 당초 목표로 한 상한제 동별 핀셋지정도 무의미해졌다. 정부는 서울 강남구 개포·대치·도곡동 등 27개 동을 첫 적용 대상으로 선정했다. 이후 한 달여 만에 12·16부동산대책을 내놓으며 분양가상한제 적용 지역의 ‘동별 지정’ 원칙도 스스로 무너뜨렸다.

서울 개포주공1단지 재건축 조합 ‘드라이브 스루’ 총회.






◇상한제 시행 앞두고 청약시장은 더 과열
=2019년 8월 상한제 입법예고 이후 서울에서 첫 분양한 동작구 ‘이수 푸르지오 더 프레티움’의 경우 1순위 경쟁률이 무려 203.75대1을 기록했다. 상한제가 시행되면 더 싼값의 아파트가 나오지만 시장에서는 공급 절벽을 우려하며 수요자들이 청약에 나선 것이다. 청약 열기는 올 8월 상한제 본격 시행을 앞두고 광풍으로 번지는 모습이다. 서울의 웬만한 단지의 경우 분양가 대출을 받지 못해도 경쟁률이 100대1에 가깝다. 수도권 비규제 지역에서는 세자릿수 경쟁률 단지가 속출하고 있다.

지방도 청약 광풍에 휩싸였다. 전남 순천, 광양, 대구 등 지방 곳곳에서 분양하는 아파트에도 청약자들이 대거 몰리고 있다. 올 들어 30.5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3·4분기의 경우 18대1, 4·4분기에는 16.7대1이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입지만 어느 정도 되면 청약은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 완판은 기본이고 경쟁률이 얼마냐가 문제”라고 말했다. 전국 청약통장 가입자도 급증해 지난해 6월 2,497만여명에서 올해 4월 기준 2,604만여명까지 늘었다. 약 10개월 만에 107만명가량 증가한 것이다.

반대로 청약 희망고문은 더 커지고 있다. 경쟁률이 치솟으면서 웬만한 가점으로는 인기 단지 당첨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20대와 30대에게는 말 그대로 ‘희망고문’이 돼버렸다. 두성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정부의 분양가 통제로 청약시장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다”며 “하지만 현행 가점제 체제에서 젊은 층은 아파트 당첨자가 되기 힘들어 일종의 ‘기울어진 운동장’이 조성됐다”고 평가했다.

더 큰 문제는 공급이 위축되고 있다는 점이다.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는 초기 재건축 단지들은 사업 진척 속도가 대폭 느려졌다. 분담금이 늘어날 것이 뻔하다 보니 빨리 진행할 필요가 없다는 인식이 커졌기 때문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올 들어 4월까지 전국 주택 인허가 물량은 12만7,490가구로 최근 5년 평균치(18만907가구)의 70%에 불과하다. 서울 역시 4월까지 주택 인허가 물량이 1만8,025가구로 5년 평균치(2만5,640가구)의 70%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강동효기자 kdhy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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