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남북 정상 간 합의로 개성에 설치된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16일 폭파했다. 남북이 상호대표부로 발전시키려던 ‘평화의 징검다리’가 무너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돌파구를 찾자”고 손을 내민 지 하루 만에 북한은 대북 삐라에 대한 보복조치를 단행했다. ★관련기사 5면
통일부는 이날 “북한이 오후2시49분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청사를 폭파했다”고 밝혔다. 북한 매체들은 ‘쓰레기들과 이를 묵인한 자들의 죗값’ 운운하며 폭파 사실을 확인했다. 청와대는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를 열고 강력한 유감을 표명했다. NSC 사무처장인 김유근 국가안보실 1차장은 “북측이 상황을 계속 악화시키는 조치를 취할 경우 우리는 그에 강력히 대응할 것임을 엄중히 경고한다”고 밝혔다.
지난 2018년 4월27일 남북 정상 간 ‘판문점선언’에 따라 그해 9월 개성에 문을 연 연락사무소는 이로써 개소 1년9개월 만에 사라졌다. 앞서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13일 “형체도 없이 무너지는 비참한 광경을 보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 지 불과 사흘 만이다.
북한의 속전속결 보복이 이뤄지면서 남북 간 긴장감은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이날 연락사무소 폭파에 앞서 북한 인민군 총참모부는 남북합의에 따라 비무장된 지역에 다시 진출해 요새화하고 대남 삐라를 살포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북한군이 언급한 지역으로는 개성과 금강산 일대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개성은 최단시간 내 서울을 공격할 수 있는 요충지로 2003년 개성공단 착공 이전까지 북한군 2군단 소속의 6사단, 64사단, 62포병여단이 주둔했다. 북한군이 개성을 요새화할 경우 9·19남북군사합의도 무력해질 가능성이 높다.
청와대가 엄중한 경고를 한 데 이어 국방부도 북한이 군사적 도발 행위를 감행하면 우리 군이 이에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방부는 “우리 군은 현 안보 상황 관련해 북한군의 동향을 24시간 면밀히 감시하면서 확고한 군사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남북관계는 시계제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연락사무소는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상징과도 같은 곳이다. 문 대통령은 2018년 연락사무소 개소를 앞두고 “며칠 후면 남북이 24시간 365일 소통하는 시대가 열리게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윤홍우·박우인기자 seoulbir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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