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원 구성 협상 문제로 여야의 대치가 이어지면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시행이 정국의 또 다른 뇌관으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야당이 국회에 복귀하더라도 지난 총선에서 공수처법 폐지를 내걸었던 만큼 야당이 공수처장 추천위원을 거부할 경우 추천위가 꾸려질 수 없어 오는 7월15일로 예정된 공수처법 시행을 놓고 여야가 극심한 대치를 이어갈 것으로 관측된다.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일 발의한 ‘공수처장 후보추천위 운영 등에 관한 규칙안’에 따르면 “국회의장은 공수처장 후보자 추천을 위해 교섭단체에 기한을 정해 위원 추천을 요청해야 하며, 기한까지 추천이 없을 경우 교섭단체를 지정해 위원 추천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2조)”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공수처법 시행에 반대하고 있는 미래통합당이 2명의 위원 추천을 하지 않을 경우 의장은 교섭단체를 지정해 추천을 요청해야 한다. 문제는 현재 20석 이상을 확보한 교섭단체가 민주당과 통합당 등 2개 정당에 불과한 상황에서 의장이 야당 몫 추천권을 민주당에 줄 수 없어 추천위가 꾸려지지 않게 된다는 점이다. 백 의원은 “만일 야당이 위원 2명을 추천하지 않게 되면 규칙안을 광의로 해석할 경우 여당인 민주당에 추가로 2인을 추천해달라고 할 수 있다”면서 “하지만 모법인 공수처법이 야당의 비토권을 인정하고 있어 여당에 야당 몫 2인 추천까지 요구할 경우 상위법(공수처법)과 충돌할 여지가 크다”고 설명했다.
현재 공수처법은 공수처장 후보추천위 가동으로 2인의 공수처장 후보를 가려내게 되면 대통령이 이 중 1명을 인사청문회를 통해 임명하게 된다. 또 추천위는 7명의 위원 중 6인의 찬성으로 의결해야 한다. 따라서 추천위 가동이 불발에 그치면 후보 2명을 가려낼 수 없고 대통령 임명도 불가능해진다. 민주당의 한 핵심관계자는 “만일 야당이 후보추천위원에 대한 추천을 하지 않게 되면 그때 가서 또다시 규칙안 개정을 고민할 것”이라며 “야당이 추천위 추천 보이콧도 하지 않은 상황에서 이를 가정해 규칙안을 만드는 것도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김상용기자 kim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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