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6·17부동산대책’을 통해 법인의 주택거래에 강도 높은 경고를 날렸다. 법인의 주택거래가 규제 우회 통로로 활용되고 있다는 지적에서다. 전문가들은 법인에 대한 규제가 필요한 점은 어느 정도 인정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규제를 버티지 못한 법인들이 매물을 쏟아내면서 시장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부동산 매매법인은 지난 2017년 12월 2만3,000개에서 지난해 12월 3만3,000개로 1만여개가 늘었고 임대법인도 같은 기간 4만2,000개에서 4만9,000개로 7,000여개가 늘어났다. 법인의 아파트 매수 비중도 2017년 1%에서 지난해 3%로 증가했다. 특히 개발 호재 발표로 단기간 급등한 청주에서는 전체 아파트 매수의 12.5%를 법인이 차지하는 등 법인 거래가 가격 상승을 주도하는 주요 요인으로 꼽혀왔다.
◇법인 사업자 주담대 전면 금지=이번 대책을 통해 정부는 주택 매매·임대사업자에 대한 주택담보대출을 전면 금지하기로 했다. 현재 기준에서는 규제지역 내에서 주택 매매·임대사업자의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이 20~50% 적용되고 비규제지역에서는 LTV 규제가 없다. 하지만 앞으로는 비규제지역을 포함한 전국 모든 지역에서 사업자 대상 주담대가 전면 금지된다. 법인·개인 사업자 모두 포함이다.
국토부가 인정하는 예외사유에 해당할 경우 예외적으로 주담대가 허용된다. 정부는 전산개발 등 준비기간을 감안해 오는 7월 행정지도 시행 시기부터 적용할 방침이다. 다만 행정지도 시행 전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계약금을 납부했거나 대출 신청접수를 완료한 경우는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법인 종부세율 최고치 적용=내년 6월부터는 법인 보유 주택에 대한 종부세율이 최고세율(3~4%)로 적용된다. 주택 처분 시 추가 세율도 20%로 올라간다. 정부는 법인 소유 주택에 대한 종부세율을 2주택 이하는 3%, 3주택 이상 또는 조정대상지역 내 2주택은 4%로 각각 인상해 단일세율로 적용하기로 했다. 개인 종부세율 중 최고 세율이다. 기존에는 개인·법인 구분 없이 납세자별로 보유 주택의 공시가격을 합산해 종부세를 부과했지만 투기 수요가 몰린다는 판단에 따라 법인 종부세 부담을 큰 폭으로 끌어올리도록 했다. 법인 보유 주택에 대한 종부세 공제(6억원) 혜택도 폐지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조정대상지역 내 법인이 보유한 8년 장기임대등록주택에 대해서는 종부세 비과세 혜택을 거둬들이기로 했다.
법인의 주택 양도차익에 대해 기본 법인세율(10~25%)에 적용하는 추가 세율은 내년 1월 양도분부터 기존 10%에서 20%로 인상한다. 기존 최대 35%에서 45%로 높아지는 것이다. 기존에는 추가 세율 적용이 배제됐던 8년 장기임대등록주택도 대상에 포함시켰다.
예컨대 법인이 10억원짜리 주택을 갖고 있으면 지금은 6억원 공제를 받은 뒤 나머지 4억원에 대해 종부세를 매겼지만 앞으로는 10억원 전체에 대해 3∼4%의 최고 세율로 종부세를 매기기 때문에 매년 3,000만∼4,000만원의 종부세를 내야 하는 것이다.
◇법정업종 관리대상 포함=정부는 이와 함께 ‘부동산매매업’을 부동산 중개업·분양업·개발업 등과 마찬가지로 법정 업종으로 묶어 별도 관리하기로 했다. 시장교란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에서다. 관련법 개정을 통해 내년 말부터 설립요건, 의무사항 규정 등을 마련해 체계적으로 관리할 방침이다. 기존에 실시하고 있는 법인 대상 실거래 특별조사와 법인거래 조사 강화 방안도 차질없이 추진해나가기로 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규제 강화로 우회 투자 수단으로 전락한 법인 거래가 어느 정도 진정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법인 부동산 거래는 부동산 투기 및 탈세의 통로로 악용될 소지가 많다”며 “부동산 매집과 세금 회피를 위한 법인 설립 움직임이 다소 진정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세 부담이 대폭 늘어난 법인들이 보유하던 주택을 대거 정리하면서 시장에 급매물이 쏟아져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진동영기자 j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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