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없이 평화없다... 대북정책 결기 보여라

北 "文, 제정신인가" 또 막말

靑 "몰상식 행위" 고강도 경고

전문가 "핵보유 공론화할 때"

김연철 통일 장관은 사의 표명

북한이 금강산관광지구와 개성공단, 비무장지대(DMZ) 내 감시초소(GP)에 군부대를 재주둔시키겠다고 밝힌 17일 경기도 파주시 전방 군부대에서 무장한 군 장병이 이동하고 있다. 국방부는 이날 북한의 군사도발 엄포에 대해 “실제 행동에 옮겨질 경우 북측은 반드시 그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강하게 경고했다. /파주=권욱기자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을 중심으로 북한이 문재인 대통령과 남측을 모욕하는 막말을 쏟아내면서 연일 대남도발 의지를 다지고 있다. 이에 대해 상당수 전문가들은 힘없는 평화는 공허한 주장인 만큼 우리 정부가 대북 유화정책에서 벗어나 한미동맹, 국방력 강화 등으로 힘의 우위를 확보하는 등 단호한 결기를 내보여야 할 때라고 입을 모았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남북관계 악화에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한 가운데 청와대 역시 북한의 언행이 “몰상식한 행위”이고 이를 더 이상 참지 않겠다며 태도를 바꿀 조짐을 보였다.

김여정 /연함뉴스

김 제1부부장은 17일 ‘철면피한 감언이설을 듣자니 역스럽다’는 제목의 담화를 내고 문 대통령의 6·15남북공동선언 20주년 기념행사 발언을 겨냥해 ‘자기변명’ ‘책임회피’ ‘뿌리 깊은 사대주의 근성’ 등이라며 깎아내렸다. 그러면서 “제 손으로 제 눈을 찌르는 미련한 주문을 한두 번도 아니고 연설 때마다 꼭꼭 제 정신없이 외워대고 있는 것을 보면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는 사람이 정신은 잘못된 것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든다”며 막말을 했다.

북한 매체는 또 장금철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의 담화와 ‘파렴치의 극치’라는 제목의 논평을 통해 전날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회의 발언을 비판하고 ‘서울 불바다 설’을 다시 거론하며 우리를 위협했다. 우리 정부가 비공개로 특사를 요청한 사실도 밝히며 이를 “철저히 불허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17일 전한 지난 16일 오후2시50분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장면.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전문가들은 북한이 사실상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만큼 우리 정부도 더는 포용정책으로만 일관하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북한 지도부가 힘의 균형을 잘못 판단했다는 사실을 확실히 깨닫게 한미동맹과 군사력을 과시하며 단호히 대처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는 “힘의 균형은 현실주의자들의 평화론이고 동서고금의 진리”라며 “내가 상대를 공격했을 때 나도 크게 다칠 수 있다는 공포감이 상대에게 있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는 “북한에 너무 많은 공수표를 남발한 정부의 자업자득”이라며 “핵 위협에 대해 비대칭 전력으로 막을 수 없으니 한국의 핵 보유도 공론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청와대도 이날 “북측의 사리분별 못하는 언행을 우리로서는 감내하지 않을 것을 분명히 경고한다”며 앞으로 입장을 바꿀 수 있음을 시사했다. 김연철 장관은 “한반도 평화를 바라는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죄송하다”며 사의를 밝혔다. /윤경환·김인엽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