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방식에 한계가 있어서….”
중소벤처기업부 등은 지난 2017년부터 해마다 대학창업통계조사를 실시해 이듬해 2월에 결과를 발표해왔는데 올 2월에는 ‘2019년 조사 결과’를 발표하지 않고 있다. 대학창업통계조사 결과는 대학생의 창업 열기를 가늠하는 바로미터다. 2018년 2월 발표된 조사 결과에서는 창업기업이 전년 대비 38% 늘었다. 지난해 2월 발표된 조사에서도 창업기업이 전년 대비 26.2%로 늘었고 고용인원 역시 12% 증가했다. 창업기업 매출도 전년 대비 40.5%나 뛴 것으로 나왔다. 정부는 이 자료를 근거로 청년 창업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올해 2월 발표됐어야 할 2019년 조사 결과는 아직 발표되지 않고 있다. 실무자들에게 2019년 수치를 어렵게 수소문해보니 지난 2년간 ‘급증세’를 보이던 지표들은 하나같이 비실비실해졌다. 2017년·2018년 창업기업은 전년 대비 각각 38%, 26% 늘었지만 2019년은 2.1%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다. 감소세로 돌아선 지표도 있다. 고용인원은 0.7%, 매출액은 24% 각각 감소했다. 이 수치들은 지난해 대학창업 열기가 확연히 식어버렸다는 것을 보여준다. 벤처·스타트업 육성을 강조해온 중기부로서는 할 말이 없게 됐다. 실무자들은 통계조사 방식의 한계 때문에 대학창업통계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발표를 않았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2018년 조사에서 기업매출이 40.5%나 뛴 것은 당시 특정 업체 1곳의 매출이 급증해서 생긴 착시라는 것이다. 또 조사는 매해 4~5월 사이에 이뤄지는데 대학창업은 하반기에 집중되기 때문에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한계’도 있다고 했다. 그러나 정부가 현실과 괴리된 조사 결과라는 점을 알고도 지난 3년간 아무렇지 않게 공표하고 스스로 대학 창업이 늘고 있다고 자평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설득력이 떨어진다. 통계조사 방식의 문제점을 알고서도 지금까지 뒷짐만 지고 있었다는 것은 더욱 납득하기 어렵다. 통계 결과는 현재 상황을 정확히 알고 제대로 된 정책을 펴기 위해 필요한 것이지, 정부에 유리하면 발표하고 불리하면 숨기는 ‘홍보성 자료’가 아니다. ggm1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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