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주주인 친족 등 특수관계인끼리 상장주식을 매매하며 붙는 양도소득세의 기준인 ‘시가’를 정할 때 보유지분에 따라 일정 비율을 할증하라는 소득세법 시행령은 정당하다고 대법원이 판결했다. 해당 시행령은 상장주식 거래자가 최대주주인 경우 시가를 정할 때 양도일 전후 2개월간의 종가 평균에다 일정 비율을 할증하도록 한 상속세 및 증여세법 규정을 준용하고 있다. 이 조항이 적법하다는 걸 대법원 판례로 언급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18일 이인천 대한세라믹스 대표가 반포세무서를 상대로 제기한 양도소득세 등 경정거부취소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대법관 7대6 의견으로 확정했다. 이 대표는 형인 이인옥 조선내화 회장에게 조선내화 주식을 파는 과정에서 발생한 양도소득세를 경정해야 한다고 청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소송을 냈다.
그는 지난 2011년 10월 이 회장에게 조선내화 주식 11만6,022주를 주당 6만5,500원(총액 약 76억원)에 시간외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팔았다. 이 거래로 이 회장은 조선내화 최대주주에 올랐다. 이 대표는 이듬해 2월 매매대금을 양도가액으로 양도소득세 등을 신고·납부했지만 1년여가 지난 2013년 6월, 광주지방국세청장으로부터 수정해 신고하라는 안내를 받았다. 근거는 소득세법 시행령이었다. 소득세법 시행령을 보면 최대주주와 그 특수관계인이 상장주식을 거래할 때는 거래일 전후 각각 2개월의 종가 평균에다 할증률을 가산해서 양도가액을 신고하도록 했다. 할증률은 최대주주의 지분율이 50% 이하면 20%, 이를 초과하면 30%다. 이 경우 종가 평균은 주당 6만4,151원이며 여기에 30%를 할증하니 주당 8만3,396원(총액 약 96억원)이 됐다.
이 대표 측은 소득세법 시행령이 법률이 정한 위임의 범위를 크게 넘어서 재산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할증이 문제였다. 20~30%의 할증 때문에 양도가액이 약 1만8,000원 이상 늘었고 그만큼 내야 하는 세금도 급증했다. 하지만 1·2심에 이어 상고심도 그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소득세법 시행령에 따라 산정한 시가평가액보다 현저히 낮은 가격에 양도한 건 경제적 합리성을 무시한 비정상적 거래”라고 밝혔다.
대법원 재판부는 소득세법 시행령이 특수관계인인 최대주주들이 상장주식을 거래함에 따른 조세회피의 가능성에 대처하기 위해 법률의 위임 범위 내에서 구체적으로 정했다고 평가했다. 특히 이 사건처럼 개인간 거래에선 거래가액, 증빙자료 등을 쉽게 조작할 수 있기에 상속세 및 증여세법을 준용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할증률 규정에 대해서도 “최대주주 등의 보유지분은 경영권 유지와 밀접한 관련이 있어, 일반 주주의 주식보다 가치가 크다고 인정할 수 있다”며 “합리적 재량의 범위”라 봤다.
/박준호기자 violato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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