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전주와 부산에서 실종된 여성 2명을 살해한 뒤 시신을 과수원과 하천에 유기한 혐의로 구속된 최신종(31)이 첫 공판에서 강도와 강간 혐의를 부인했다. 다만 살인과 유기 혐의는 인정했다.
최신종은 18일 오후 3시 전주지법 제12형사부(김유랑 부장판사) 301호 법정에서 열린 첫 재판에 출석했다. 이날 재판은 지난 4월 14일 전주에 사는 여성 A(34)씨를 살해한 1차 범행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29세 부산 여성 B씨를 살해 및 유기한 혐의는 기소 전 단계다.
최신종 측 변호인은 재판장이 혐의 인정 여부를 묻기도 전에 “피고인은 살해와 유기 혐의만 인정하고, 강도와 강간에 대해서는 인정하지 않는다”며 “피고인은 강간 혐의에 대해 합의로 이뤄진 성관계이며, 금팔찌와 48만원은 차용한 것이라고 진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베이지색 수의를 입고 마스크를 착용한 최신종은 재판 내내 변호인 쪽을 바라보면서 별 다른 진술을 하지 않았고, “국민참여재판을 원하지 않는 게 맞느냐”는 판사의 질문에는 “네”라고 짧게 대답했다.
검찰이 이날 최신종에게 적용한 혐의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강간 등 살인)과 강도살인, 시신유기 등 3가지다. 앞서 검찰은 “최신종이 혐의 일체를 인정했다”고 밝혔으나, 재판에서 변호인이 진술을 뒤집었다.
검찰은 “피고인은 특수강간으로 집행 유예기간 중인 지난 4월 14일 저녁 피해자를 조수석에 태운 뒤 완주군 이서면 굴다리 밑으로 데려가 주먹으로 얼굴을 때리고 강간했다”며 “피해자 손목에 찬 금팔찌를 빼앗고 휴대전화 인터넷뱅킹 계좌에서 자신의 은행 계좌로 48만원 등을 이체했다”고 공소사실을 밝혔다.
이어 “이후 피해자가 신고할 생각에 겁먹고 (피해자의) 얼굴을 때려 기절시킨 뒤 완산구 원심덕 마을로 이동해 차를 세우고 양손으로 몸을 졸라 숨지게 했다”며 “이를 은폐하기 위해 이튿날 오후 피고인은 사체를 싣고 임실군 교량 아래 풀숲에 유기했다”고 했다.
검찰에 따르면 최신종은 ‘사설 외환 차익거래’(FX마진거래)로 돈을 잃고, 자신이 일하던 배달대행업체에 소속된 기사에게 줄 수당도 도박으로 잃자 아내의 지인인 A씨에게 돈을 빌려달라고 불러 금품을 빼앗은 뒤 강간하기로 마음먹었다. FX마진거래는 2개 통화를 동시에 사고팔며 환차익을 노리는 거래로, 금융회사를 통해서만 투자할 수 있다.
이날 첫 재판을 마친 최신종은 방청석을 한 차례 째려보며 퇴장했다. 다음 공판은 다음달 14일에 열린다. 검찰은 최신종의 2차 범행에 대해서도 곧 추가 기소 예정이다.
앞서 최신종은 4월 14일 아내의 지인인 A씨를 승용차에 태워 다리 밑으로 데려가 성폭행한 뒤 목 졸라 살해하고 시신을 하천 인근에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나흘 뒤인 같은달 18일 오후 부산에서 전주로 온 B씨(29·여)를 비슷한 수법으로 살해하고 시신을 과수원에 유기한 혐의도 받고 있다.
성폭행, 절도 등의 전과 이력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2012년 집단·흉기 등 협박 및 특수강간 혐의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당시 최신종은 여자친구가 이별을 요구하자 미리 준비한 흉기로 협박하고 강간했다. 2015년에는 김제의 한 마트에서 금품을 훔친 혐의(야간건조물침입절도)로 기소돼 징역 6개월을 선고받기도 했다.
최신종이 벌인 연쇄살인 사건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자 그를 어린 시절부터 알던 주변 지인들은 최신종이 학창 시절부터 유독 여자를 좋아하고, 잔인한 면모를 보이는 등 일반인과는 달랐다는 증언을 하기도 했다.
자신이 최신종의 지인이라고 밝힌 한 제보자는 유튜브를 통해 “살인 사건이 일어났을 때도 지인들은 ‘언젠간 이렇게 터질 알았다’며 별로 놀라지 않았다”며 “사람을 두명이나 죽였다고 하면 보통 사름들은 놀랄텐데, (최신종은) 언젠가는 사람을 죽일 수도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해왔다”고 말했다.
또 “옛날부터 여자친구일 등으로 징역을 두 번이나 갔다 왔으니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형량이 줄어드는지 빠삭하게 알고 있다”며 “어릴 때도 사람 때리고 경찰 조사를 많이 받아서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많이 안다. 자신이 어떻게 대처해야 형량이 줄어들지 잘 파악하고 있다”고도 했다. /조예리기자 shar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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