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탄 무역사업을 하겠다며 2008년부터 조세피난처인 영국령 버진아일랜드 등지에 페이퍼컴퍼니 ‘오븐플루’ 등을 세운 이모(50)씨. 이씨는 지인 유모(63)씨와 함께 인도네시아에서 유연탄을 수입한 후 한국전력 자회사에 납품하면 큰돈을 벌 수 있다고 사람들을 속여 투자금을 모았다. 업계에서 이씨는 ‘석탄왕’이라고 불렸다.
이씨는 2012년 하반기부터 광산을 직접 개발하는 방식으로 사업전환을 시도했다. 그러나 이 사업이 여러 차례 실패하면서 막대한 부채가 발생했다. 이씨는 손실을 만회하고 광산 개발을 쉽게하기 위해 코스닥 상장사인 정보기술(IT)기업 아큐픽스(현 포스링크)를 인수했다.
그러던 중 이씨, 유씨의 동업자인 허모씨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추락사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망 전 허씨는 인도네시아 현지 채권자들로부터 채무 변제를 끊임없이 독촉받았다. 현지 경찰은 이 사건을 자살로 종결했다. 허씨가 사망한지 5일 뒤 같은 사무실에서 일하던 송모씨도 자카르타 축구 경기장에서 추락해 숨지면서 이 사건은 ‘자카르타 한인 연쇄 추락사’로 널리 알려지게 됐다.
서울세관과 검찰의 조사 결과 이씨와 유씨는 페이퍼컴퍼니 등에서 57억여원을 유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금의 대부분은 환치기(불법 외환거래)와 밀반입을 통해 국내로 들여와 유흥과 사치품을 사는 데 쓰였다. 투자자들의 피해액은 약 4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씨는 아큐픽스에서도 17억5,000만원을 횡령한 것으로 드러났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8부(정종관 부장판사)는 지난달 29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횡령) 등 혐의로 기소된 이씨와 유씨 등의 항소심에서 이씨에게 징역 10년과 벌금 3억원, 추징금 1,000여만원을 선고했다. 유씨에게는 징역 2년이 선고됐다. 1심 판결과 비교하면 이씨의 징역 형량은 4년 늘었고, 유씨는 1년 줄었다.
이씨의 형량이 대폭 늘어난 것은 2심 재판부가 죄질의 불량성을 1심에 비해 훨씬 크게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1심과 달리 2심 재판부는 특별양형인자로 ‘범행 수법이 매우 불량한 경우’를 판시했다. 이씨가 환치기, 밀반입 등을 저지르고 아큐픽스의 자금을 빼돌린 수법이 상당히 불량하다고 봤다.
이와 달리 유씨의 형량이 줄어든 데는 횡령 범행에서 이씨의 ‘공범’으로 인정됐는지가 중요하게 작용했다. 1심은 유씨가 횡령액 중 일부를 상품 대금 명목으로 명품 매장에 송금할 것을 허씨에게 지시했다고 봤다. 반면 2심은 유씨가 이씨와 공모해 자금을 횡령했다고 볼 명확할 증거가 없다며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했다.
/이희조·조권형기자 lov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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