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대학 총학생회를 중심으로 ‘선택적 패스제’ 도입 요구가 거세지는 가운데 일부 대학들이 직전 학기 성적을 바탕으로 선정하는 장학생, 기숙사 입사 선발 기준 등을 속속 변경하고 있다. 선택적 패스제란 코로나19 사태로 공정한 성적평가가 어려워진 점을 고려해 A~D 학점을 받은 과목에 한해 최초 부여된 성적을 받을지 ‘패스(Pass)’ 처리할지를 학생들이 직접 선택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학생이 해당 과목을 패스하면 학점 평점을 계산할 때 포함되지 않는다. 하지만 한 과목에서만 A+를 받아도 장학생 등 선발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해지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어 형평성 논란이 불거질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22일 대학가에 따르면 선택적 패스제를 도입한 서강대·홍익대·서울과학기술대 등은 변경된 성적처리 방식에 맞춰 최근 장학금 선발 기준을 새로 정했다.
서강대는 성적 취득 과목이 한 과목 이상이면 취득 과목의 학점만 심사에 반영한다는 방침을 내세웠다. 학점을 받지 않고 전 과목에서 ‘패스’를 선택한 재학생은 교내장학금과 국가장학금 선발에 있어 가장 최근에 재학한 정규학기의 학점으로 심사받는다. 신입생의 경우 전 과목에서 ‘패스’를 선택하면 국가장학금은 성적 반영 없이 심사받을 수 있지만 교내장학금은 받을 수 없다.
과기대는 학생이 ‘패스’를 선택하기 전 처음 부여된 성적으로 장학금 대상자를 심의·선발한다고 19일 발표했다. 국가장학금 선발 기준은 아직 공고되지 않았다. 홍익대도 서강대와 유사하게 성적 취득 과목의 학점을 기준으로 장학금 심사를 진행한다.
하지만 장학금·기숙사 등 선발에 있어 학생 사이의 형평성이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가령 한 과목만 A+를 받아 학점을 취득하고 나머지 과목은 패스를 선택한 학생이 많은 과목에서 A~A+를 받은 학생보다 훨씬 유리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사립대학 관계자는 “형평성 문제는 선택적 패스제의 맹점”이라고 지적했다.
연세대·경희대 등 일부 대학 총학생회를 중심으로 선택적 패스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학생들의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지난 18일 연세대에서는 학생 200여명이 모여 선택적 패스제 도입을 요구했다. 이화여대 총학생회는 22일부터 선택적 패스제 도입을 위한 농성에 돌입했다. 경희대와 한양대 총학생회도 23일 선택적 패스제 등을 요구하는 공동 행동을 진행한다.
/심기문기자 door@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