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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파식적]에스키모 파이

1920년 어느 날 미국 아이오와주 오나와의 한 가게를 찾은 소년이 아이스크림과 초콜릿바를 두고 무엇을 살까 고민했다. 당시 교사이면서 가게 주인이기도 했던 덴마크 출신의 크리스티안 켄트 넬슨은 이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초콜릿을 덮은 아이스크림 블록에 막대를 넣은 얼음과자를 만들면 좋겠다는 아이디어를 떠올린 것이다. 넬슨은 오랜 연구 끝에 접착제 역할을 하는 카카오 버터를 찾아내 제품화에 성공했다. ‘에스키모 파이’는 이렇게 세상에 나왔다. 초콜릿을 입힌 바닐라 아이스크림이다.





넬슨은 처음에는 아이스크림 이름을 ‘I-Scream Bars’라고 지었다. 비명을 지를 정도로 차갑다는 점을 강조한 것 같다. 1년 후 넬슨은 초콜릿 제조업체인 러셀 스토브와 함께 이 아이스크림을 제조·판매해 이익을 균등하게 나눠 갖기로 했다. 이름도 ‘에스키모 파이(Eskimo Pie)’로 바꾸고 같은 이름의 회사도 만들었다. 에스키모 파이는 1922년까지 하루 평균 100만개씩 팔렸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당시 한 언론이 “최근 몇 년 동안 이런 혁신이 없었다”고 극찬했을 정도였다.

하지만 높은 인기에도 로열티를 제대로 받지 못해 어려움을 겪었다. 넬슨은 결국 에스키모 파이의 알루미늄 랩을 생산하던 US 포일컴퍼니에 회사를 팔았다. 그 뒤 회사는 네슬레, 쿨브랜즈 인터내셔널을 거쳐 2007년 네슬레 산하 ‘드레이어스 그랜드 아이스크림(Dreyer’s Grand Ice Cream)’으로 넘어갔다.



에스키모 파이를 만드는 드레이어스가 최근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으로 인종 차별 문제가 불거지자 100년 가까이 써온 ‘에스키모’라는 이름과 홍보 방법을 연말까지 바꾸기로 했다. 에스키모라는 말은 원주민 언어로 ‘날고기를 먹는 사람’이란 뜻으로 알래스카에 거주하는 ‘이누이트’를 비하하는 표현으로 인식돼왔다. 2009년에는 캐나다의 한 이누이트 여성이 과자 이름에 ‘에스키모’를 쓴 뉴질랜드 제조사를 격렬히 비난하는 일도 있었다. 플로이드 사건이 코로나19와 함께 세상을 바꾸는 커다란 동력이 되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오현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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