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장을 역임한 유경준 미래통합당 의원이 문재인 대통령이 말한 ‘전국민고용보험’에 대해 “국민을 현혹하는 정치적 구호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전제 취업자의 51%가 고용보험 사각지대에 있고 자영업자는 가입을 외면하는 현실에서 전 국민 가입이 가능하지도, 재원 마련도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22일 유경준 미래통합당 의원실은 ‘전국민고용보험 추진방향’에 대한 평가를 담은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2019년 8월 현재 우리나라 전체 취업자(2,736만명)의 절반 이하인 48.6%(1,330만명)만이 고용보험의 혜택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고용보험의 사각지대는 전 직업군에 걸쳐 분포된 것으로 나타났다. 법적(제도적) 사각지대로 분류되는 자영업자가 대표적이다. 임의가입은 가능하지만 보험료 부담이 커서 참여가 저조한 그룹이다. 특히 자영업자는 2012년 1월부터 임의가입을 허용하고 있으나 가입율이 1%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년이 보장되는 공무원, 사립학교 교원 등과 65세 이후 고용된 자, 월 60시간 미만 근로자 등 법적으로 가입이 안되는 그룹 역시 마찬가지다.
법적가입대상인(적용대상) 1,718만명 중에서도 고용보험 가입률은 77.4%에 불과해 현재 의무가입대상임에도 사각지대에 방치된 사람이 388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유 의원실은 추정했다. 현재 의무가입대상조차도 관리가 되지 않는데 적용대상만 늘리기 전에 재원이 얼마나 들지, 또 어디서 마련할지부터 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 의원실은 특히 고용보험 사각지대에 있는 미가입자 388만명은 정부가 예산까지 늘렸지만, 별다른 혜택을 보지 못한 것으로 분석했다. 이들은 고용보험 가입대상이지만, 열악한 근무환경으로 사업주와 근로자 간 합의 하에 보험료 납부를 거부하고 있다.
관련기사
식당 주인과 홀서빙 직원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에 2012년부터 정부는 이들 영세사업장의 고용보험과 국민연금 납부금액을 지원해주기 위해 두루누리 사업을 진행 중에 있다.
사업 예산은 2013년 제도시행 당시는 연간 5,000억 규모였지만, 꾸준히 증가해 2019년 기준 1조3,000억원까지 확대됐다. 하지만 두루누리 사업은 2012년 사업 시행 이후 초기 3년간 미가입자 비율이 하락하는 효과가 나타났고 이후 미가입자 비율은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분석됐다.
유 의원은 “전국민 고용보험제도를 위해서는 고용보험의 사각지대가 얼마나 많은지, 추가적인 재원 마련은 어떻게 할 것인지, 국민적 부담은 얼마나 증가하는지 등에 대한 논의가 선행되어야 한다”면서 “전국민고용보험이 단순히 정치적 구호로 그칠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제도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21대 국회에서 진지하게 논의되어야 한다” 고 강조했다.
또 그는“현 정권은 지난 20대 국회에서 국민연금 개혁이 필요하다며 개혁안을 내놓았지만 (보장수준 적정화를 위해) 보험료가 오를 수밖에 없는 안이 나오자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이(사회보험료 인상을) 원하지 않으면 하지 않겠다’며 개혁안을 무책임하게 철회한 바 있다”면서 “전국민고용보험’만큼은 그런 전철을 밟아서는 안된다”고 꼬집었다.
/구경우기자 bluesquare@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