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에게 부자 치과의사를 소개시켜주겠다”며 수십 번에 걸쳐 약 3억 5,800만원을 뜯어낸 60대 여성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 돈은 집 수리와 굿 등에 탕진됐다.
서울서부지법 형사6단독 신진화 부장판사는 두 건의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60, 여)씨에게 각각 징역 1년 10개월과 징역 6개월을 선고했다고 23일 밝혔다.
A씨는 가공의 인물을 창조하거나 자신의 신분을 속이는 방식으로 두 명의 피해자를 속였다. 먼저 지난 2017년 10월 A씨는 폭행사건에 연루된 B씨에게 “돈을 입금하면 (폭행사건의) 합의를 봐 주겠다”며 300만원을 뜯어냈다.
같은 달 A씨는 B씨에게 “잘 아는 치과의사가 있으니 딸에게 소개해 주겠다”며 “치과의사는 부모님이 돌아가셔서 조만간 6층 건물을 상속받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치과의사의 누나가 한 화장품 회사 고위직에 근무하는데 화장품을 사서 해외로 팔아야 해 자금이 필요하다”며 돈을 빌려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B씨는 2017년 10월부터 2018년 7월까지 총 77회에 걸쳐 A씨에게 3억 5,770만원을 입금했다.
하지만 조사 결과 A씨가 잘 안다던 ‘부자 치과의사’는 존재하지 않는 인물이었다. 그럼에도 A씨는 직접 혹은 제3자를 시켜 치과의사 행세를 하며 B씨의 딸과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듬해인 2019년 10월 A씨는 또 다른 피해자 C씨에게 자신을 ‘방송국 경리’라 속였다. A씨는 “방송국에 물건을 들이는 데 돈이 모자란다”며 C씨에게 12번에 걸쳐 2,430만원을 입금받았다. A씨는 이렇게 모은 금액을 생활비 및 집 수리 뿐만 아니라 굿을 하는 데도 썼다.
재판부는 “(A씨가 저지른) 각 사기범행은 모두 피해자들에게 사실상 자신의 신분, 직업, 경제력 등을 완전히 속인 전형적인 편취행위”라고 설명했다. 이어 “피고인은 2000년대 중반 이후 이 사건 이전까지 모두 사기죄로 7번 형사처벌을 받았다”며 “전과와 동시에 선고받았을 경우와의 형평성을 고려하지만 그럼에도 사기범행의 불법성이 너무 크다. 엄한 처벌을 피할 수 없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김태영기자 young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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